[기자수첩] 정부 주도 환자혈액관리…‘적정 수혈’ 인식 개선부터

정부 주도 환자혈액관리…‘적정 수혈’ 인식 개선부터

기사승인 2020-08-06 0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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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주도 환자혈액관리…‘적정 수혈’ 인식 개선부터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적절한 양의 혈액을 사용했는지 평가하는 수혈 적정성 평가가 오는 10월 처음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우선 슬관절(무릎관절)치환술에 한해 평가를 진행하고, 추후 대상 질환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환자혈액관리 지원도구 마련 및 시범사업 운영’ 과제를 올해부터 3개년에 걸쳐 시행하면서 수혈 가이드라인, 의료기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개발도 추진한다. 저출산‧고령화,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혈액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국가 차원에서 혈액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수혈을 줄이려는 것이다.

문제는 ‘적정 수혈’에 대한 의료인과 국민들의 인식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참고로 환자혈액관리(PBM)는 크게 ▲환자 스스로 혈액 생성을 촉진하도록 해 수혈을 최소화 ▲수술시 환자의 출혈을 최소화 ▲수술이 끝난 이후에 환자의 혈액량이 적어도 생리적 보전능력을 향상시켜 집중관리하는 것으로 나뉜다. 보건당국과 대한수혈학회가 지난 2016년 수혈가이드라인을 개정(4판)한 이후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의사들의 80%가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관행적(선배로부터 배운 대로)인 이유 혹은 저렴한 가격 등을 이유로 불필요한 수혈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혈을 최소화했을 때 나타나는 이점을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적정 수혈’에 대해 설명하는 의료진이 드물기 때문에 환자들이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고도 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피는 한 팩에 5만원이 조금 넘고, 보험이 적용되면 본인부담금은 그 절반도 안 되는 반면 수혈 최소화를 위해 주입하는 철분제 등의 가격은 비급여로 분류돼 금액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헤모글로빈 수치 확인을 위해서는 환자 모니터링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이 더 필요한데, 현재 수가에서 의료기관이 인력을 더 투입하긴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급여 확대나 수혈 가이드라인 개정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순서를 따지자면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적정 수혈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혈액을 사용하는 의료현장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환자들이 요구하고 의료진도 더 좋은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급여 확대나 수가 신설을 얘기할 수 있다.

커피수혈, 여행수혈 등의 유행어가 만들어질 만큼 수혈은 생명을 살린다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홍보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적정 수혈’을 아는 환자가 없는데 환자혈액관리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의료진들의 참여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적정 수혈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는 노력이 조금은 필요하다고 본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