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vs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기사승인 2020-08-06 05: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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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vs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웹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개그우먼 김민경의 숨겨진 재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분명 처음 배운 운동이고, 처음 해본 동작이다. 곧잘 따라하는 것 같던 김민경이 선수들도 놀랄 정도의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순간, 감탄을 건너뛰고 웃음이 나온다. '태릉이 놓친 인재'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안타깝게도 모두가 김민경은 아니다. 자신감 결여, 의지 박약, 습관적 멀리하기 등 보통 사람들이 운동을 피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고 모두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다음 소개하는 두 권의 책은 운동의 길에 들어선 여성의 진술서에 가깝다. 어떻게 처음 운동을 만나게 됐는지, 그 이후 어떻게 살이 변했는지, 지금 운동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꼭 운동을 하라고 강권하는 내용은 없다. 당장 운동을 시작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이 책들을 먼저 읽어보는 건 어떨까.

 

△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의 제목은 과장이 아니다. 자신의 운동능력을 등수로 매긴다면 전교 꼴찌라고 자부하는 저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다니다가 결국 헬스장에 안착했다. 술과 담배, 커피로 점철됐던 그의 삶은 운동과 운동, 운동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저질 체력 직장인의 생존 일기를 담은 이 책은 끝까지 운동을 거부했던 직장인의 편견이 무너져 내리는 체험기를 담았다. “내가 운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고기가 자전거를 탄다’ 급의 괴담이었다”처럼 웃음이 터지는 재기발랄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일간지 기자답게 여자를 위한 헬스장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운동해야 한다’는 다짐과 ‘시간 없다’는 핑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일부분을 읽고 내 얘기 같이 느껴진다면 이미 책을 읽을 준비를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


 
△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가 운동 초심자들의 공감을 유발하는 책이라면,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은 운동에 조금 익숙해진 독자들이 골라볼 만하다. 작가이자 러너인 저자는 ‘달알못’에서 ‘런린이’를 거쳐 ‘달림이’가 된 5년차 러너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운동이 달리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떻게 달리기를 선택했고 ‘인생 운동’이 됐는지의 과정이 담겼다.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내용과 함께 저자가 달리기를 이해하는 태도, 달리기를 대하는 철학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단순히 달리기가 건강에 얼마나 좋고, 정신적으로 즐거운 운동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하진 않는다. 대신 머리가 아닌 몸으로 경험해보라고 권한다. 우연히 만난 한 걸음이 당신을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해줄 것이란 얘기다. 이미 그곳에 도착한 저자의 이야기다.

내 몸과 마음을 되돌아보는 달리기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다. 달리기를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저자는 ‘나처럼 해봐요’ 대신, ‘우리 함께 해봐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당장 운동을 등록하러가거나, 달리기 힘든 독자들이 대리 만족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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