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대기자 4만명…아이돌‧배우, 유튜버도 나섰다

‘선한 영향력’ 효과 정책에도 뇌사 기증자 450명 불과

기사승인 2020-08-21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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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대기자 4만명…아이돌‧배우, 유튜버도 나섰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최근 아이돌과 배우, 인플루언서 등의 장기기증 서약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이식 대기자가 4만명을 넘어섰지만 장기기증 희망자와 뇌사 기증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어 정부가 영향력이 큰 유명인들과 함께 홍보 강화에 나선 것이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K-POP) 대표 아이돌 가수 갓세븐(GOT7)의 메인 보컬 ‘영재’가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했다.

갓세븐 영재는 “장기기증은 한 사람에게 축복과 행복이 될 수 있는 일이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서 “평소 장기기증 서약을 하게 되면 운전면허증 하단에 나오는 ‘희망의 씨앗’ 모양의 표시가 멋있어 보였다. 기증 서약을 함으로써 본인도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지난 13일에는 가정의학·예방의학 박사이자 의학전문 방송인 여에스더가 의학전문기자이자 유튜브 채널 ‘비온 뒤(구독자 약 50만 명)’ 대표인 남편 홍혜걸과 함께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했다. 여에스더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하고 힘든 상황을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데, 이런 상황일수록 남을 위한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서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전했으며, 홍혜걸은 “기증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행이다. 기증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7일에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박진주와 코미디TV ‘얼짱시대’를 통해 얼굴을 알린 쇼핑몰 CEO이자 온라인마케터(인플루언서)인 유보화씨가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했다. 유보화는 “장기기증을 못 받게 되어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뉴스기사를 접했었고 나의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타인이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진주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데 항상 머릿속으로 받은 사랑만큼 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기증서약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고 몇몇의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면 뜻깊은 삶이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전 축구 국가대표 이호·김형일, 유튜버 쓰복만 등의 뒤를 이어 생명나눔 서약 홍보 영상 ‘광희·조수빈의 나눔방손님’ 출연을 통해 기증서약에 동참했다.


‘장기이식’ 대기자 4만명…아이돌‧배우, 유튜버도 나섰다


유명인들의 장기기증 희망등록 릴레이서약은 지난 2018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에는 아이돌그룹 멤버인 이특과 써니가 사회자로 참여하는 ‘이특, 써니의 비긴어게인(Begin Again)’으로 진행됐었다. 질본 관계자는 “릴레이서약 영상은 매년 10회 정도 진행했었다”면서 “과거에는 정치인 등과 주로 서약을 진행했다면 올해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고 영향력이 큰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기 기증자는 이식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4만1262명이다. 대기자는 2017년 3만4000여건에서 매년 늘면서 지난해 4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은 2016년 14만222명에서 2017년 12만5108명, 2018년 12만4951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4만7061명으로 늘었지만 올해 1월 1만4137명이던 기증 희망자가 6월 8129명으로 크게 줄었다. 

장기 기증자도 감소하고 있다. 특히 뇌사 장기 기증은 2001년 52명에서 2016년 573명으로 늘어났다가 2017년부터 515명, 2018년 449명, 2019년 450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장기 기증을 희망했다가 사망하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2016년 5039명에서 지난해 1만1770명으로 늘었다.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지난해 1063명으로, 전년도(904명)보다 18% 증가했지만 뇌사자와 사후 기증자의 기증 건수는 각각 36%, 53% 감소했다.

뇌사자와 사후 기증자, 생존 기증자가 제공할 수 있는 장기의 종류는 다르지만 장기·인체조직기증이 활성화된 스페인, 미국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뇌사 장기기증자는 매우 부족하다. 인체조직의 경우 기증자가 매우 부족해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질본 관계자는 “뇌사 시 또는 생존 시 기증할 수 있는 장기 종류의 차이가 크다. 뇌사 기증자는 안구, 폐, 심장, 간, 콩팥, 소장, 췌장 등이고 생존 기증자는 안구를 제외한 장기의 ‘일부’만 기증할 수 있다. 사후 기증자는 안구만 기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홍보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예인들의 선한 영향력은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제고도 기대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기기증조직원은 기증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학교, 보건소 등 기관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유족들과 수혜자 등에게 강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기증원 관계자는 “기증자가 줄어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기증원은 이식에 대한 인식 개선이 특히 필요하다고 보고, ‘교육’ 지원을 강화하고자 했다”면서 “현재 64명이 수료를 마쳐 강사 자격이 부여됐고, 이 중 유가족은 25명, 수혜자는 4명이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명 나눔의 소중함, 장기기증 등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