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오늘부터 인턴, 레지던트 없이 환자를 받아야 한다.
21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가 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응급의학과의 경우 연차와 상관없이 전체 전공의들이 일시에 업무를 중단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3년차 레지던트, 23일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가 순차적으로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전공의 무기한 파업 첫날인 이날 의료현장에서는 별다른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4일 진행된 ‘전공의 파업’ 당시에 비하면 아직 파업 참여 인원이 적고, 또 병원들도 지난 파업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히 대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병원은 전공의 파업이 시작되는 이날부터 전임의 파업 등이 예정된 다음 주까지 일정을 정비하는 등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일주일 간 수술 일정 등을 재정비했다. 파업사태에 대비해 수술이나 진료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당장 의료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병원 측은 예상했다.
서울아산병원도 파업 첫날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응급도 낮은 수술이나 외래진료 예약은 미리 줄여서 받았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도 외래진료는 교수들이 담당하니 문제가 없고, 기존에 전공의들이 맡았던 수술 보조도 전임의가 담당하도록 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기한 파업인데다 24일부터는 전임의(펠로우)도 파업에 가세할 예정이라 파업사태가 길어지면 고스란히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전공의가 빠진 의료공백을 메워야 하는 간호사들은 조속한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의료공공성 강화에 기여하지도 않는 의사들의 요구는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환자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의사들이 떠나서 발생한 의료공백으로 인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은 늘어날 것이고 이는 환자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응급실은 오늘부터 전공의 없이 교수진들로만 무기한 환자를 받아야 해 업무과중이 우려됐다. 일부 병원의 경우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24시간 이상 근무를 불사해야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하루 이틀 정도야 교수들이 커버하면 된다. 그러나 파업 상황이 연속될 경우 힘에 붙일 수밖에 없다”며 “오늘부터 24시간 근무로 조를 짰다. 오늘 아침 출근했으니 내일 퇴근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현장의 교수들은 비상근무를 불사하면서도 전공의 파업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권역응급센터장은 “우리 센터도 전공의 12명이 전부 파업에 들어가 교수 9명이 3명씩 3교대로 돌아가면서 비상근무를 서야한다. 의약분업 파업 때는 두 명이서 3개월 동안 응급실을 지킨 적도 있다. 고생스럽겠지만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증원, 공공의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교수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유 교수는 “전공의들이 협의해서 정한 것이기 때문에 불만 없다. 제자들을 생각해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며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 의사만 늘리면 된다는 현 정권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 적어도 지역의료의 장기발전 청사진을 내놓아야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더 큰 혼란을 부를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공의들은 의사 증원 등 정책을 제고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있기 전까지는 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정부가 4대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단체행동은 언제든 종료될할 수 있다"며 "순차적 파업 외에 온라인 학술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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