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vs 학부모, 민식이법 대립… “해소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지식기부형 동호회 ‘실크로드’ 이의준 회장

기사승인 2020-08-30 18:00:03
- + 인쇄
운전자 vs 학부모, 민식이법 대립… “해소할 수 있다”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민식이법 놀이의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사진=한문철TV 방송화면 갈무리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하나의 놀이가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들어오는 차로 뛰어드는 척하거나 뒤쫓다 부딪치는 ‘민식이법 놀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7월부터 “민식이법 놀이에 당했다”는 운전자들의 하소연부터 “자녀교육을 똑바로 시켜야 한다”는 등 울분에 찬 훈계 성격의 글들까지 올라온다.

심지어 스쿨존에서의 운전자 책임을 강화한 법(개정 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초등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놀이 겸 용돈벌이로 변질된 점을 꼬집는 비난에, ‘민식이법 놀이 대비법’이라며 부끄러움과 주변의 눈초리는 감내해야겠지만 스쿨존에 들어서기 전부터 계속 경적을 울리라는 조언도 등장했다. 이처럼 운전자의 불만이 커지며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이 만들어져 시행됐으니 지켜야한다는 입장뿐이다. 마치 자해공갈에도 방어운전만 당부하는 식이다.

이에 한국도로공사 내 지식기부형 동호회 ‘실크로드’의 이의준 회장이 민식이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스쿨존에서의 속도제한에 따른 교통혼잡, 불법주정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등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스쿨존 내 도로포장 변경 ▲별도의 주차공간 마련 ▲속도제한 유동적 적용해야한다는 제안이다.

운전자 vs 학부모, 민식이법 대립… “해소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진=오준엽 기자

지금처럼 붉은 칠을 도로에 해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쇄석골재 노출포장’과 같이 물리적으로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도로포장을 통해 운전자의 서행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등하교 시간이나 낮 시간의 불법주차를 없애기 위한 주차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안내한다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스쿨존에서의 속도제한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정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교통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와 많지 않은 시간대를 구분하자고도 했다. 속도제한 상한을 기존 30km/h(시속)에서 50km/h 전후까지 유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 안전과 교통흐름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민식이법은 분명 운전자와 보행자 특히 어린 아이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선진적인 시민의식과 충분한 도로여건이 갖춰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면서 “제도는 이런 점에서 의식을 높이고 불편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국민 모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실크로드는 자발적으로 도로를 다니며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을 요청하는 모임으로 2014년 결성 후 20여건의 크고 작은 도로 상 문제를 지적해 사고예방에 앞장서고 있다”며 “길을 다니며 마주친 스쿨존은 운전자에게는 불편하고 보행자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도 아직은 안전하지 못한 장소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이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했다.

운전자 vs 학부모, 민식이법 대립… “해소할 수 있다”
이의준 한국도로공사 품질환경처장 겸 지식기부형 동호회 실크로드 회장. 사진=조진수 기자
한편 실크로드는 제한최고속도가 본선과 동일하게 시속 80㎞/h로 표기돼 과속을 유발했던 수원시 영통구 영덕고가차도 연결로의 제한속도를 하향조정하도록 유도해 사고를 줄이는데 기여했다. 이외에 표지판의 불분명함으로 역주행이나 불법유턴, 그로 인한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각종 도로 상 문제들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둬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로 상의 빗물고임 문제나 ‘하이힐의 적’으로 불리는 보도블록의 포장문제, 야간에 식별이 어려운 차선문제, 잘못 표기됐거나 글자 크기가 작아 혼란을 유발했던 교통표지판 문제까지 나서서 고쳤다. 심지어 속을 채운 흙의 유실로 붕괴우려가 있었던 철도 교량의 문제도 이들의 노력으로 개선돼 대형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실크로드의 이같은 활동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공사 내 동호회로 끝나지 않고 일반 시민을 비롯해 각 정부부처, 공공기관에서도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활동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나아가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안전에 대한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무원과 각 분야 전문가들, 공공기관의 뜻 있는 이들부터 행동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선진화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나서주길 희망한다”고 실크로드와 같은 지식기부형 동호회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