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호법에도 쫓겨난 신혼부부…이들에게 어떤 사연이

기사승인 2020-09-03 0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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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보호법에도 쫓겨난 신혼부부…이들에게 어떤 사연이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해석의 여지가 있어요. 갱신요구 기간 내에 새 집주인이 본인 실거주룰 주장한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을 비워야 할 수도 있습니다”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임차인이 우선시돼야 하는 건 맞는데.이게 너무 급하게 진행된 법이라 보완이 필요해요. 집주인이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을 내놓았고, 새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고 하면 갱신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민원상담실)

올해 11월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A씨 부부가 집주인으로부터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당한 뒤 상담을 구한 국토교통부와 분쟁조정위원회 측에서 돌아온 답변이다. 지난 7월 말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한 달이 지났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는 물론 개정법을 마련한 국토부와 분쟁조정위에서조차 세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A씨 부부는 새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A씨 부부에게 어떤 일이?

신혼부부 A씨는 지난 7월 계약 만료일(11월)을 앞두고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집을 팔 거라는 연락과 함께,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할 경우 계약 갱신이 어려울 거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여기에 해당 공인중개사까지 집주인 입장 대변에 나섰다. 이들 주장은 계약갱신요구 기간인 계약종료 6개월에서 1개월 전에 집주인이 바뀔 경우, 바뀐 새 집주인이 본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

실제 개정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법 시행 이후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갱신요구권이 부여되며, 임대인이 제3자와의 계약체결을 이유로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음’이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 갱신기간 내에 (새)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갱신을 거절하게 될 경우에 대한 언급은 없다. 최근 국토부는 ‘주택임대차법 해설서’를 배포해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을 담았지만, 이같은 맹점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이처럼 세입자 보호 장치가 마련됐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세입자들이 권리를 행사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 부부는 “갱신요구권 기간 내에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이 있는 새 집주인을 구하고, 새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하면 방법이 없다”며 “그나마 저희는 계약만료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망정이지, 만에 하나 한 달 전에 이같은 상황을 알게 된다면 새 집을 구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토부 민원담당실과 분쟁조정위워회 측에도 문의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분쟁조정위 담당자는 “갱신요구권 기간인 계약만료 6개월에서 1개월 전에 기존 집주인이 집을 팔고, 새 집주인이 본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갱신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갱신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측에서도 명확한 답을 못 내놓고 있었다. 민원상담자는 “너무 급하게 추진된 법이라 보완할 부분이 있다”며 “임차인이 우선시돼야 하는 건 맞지만 집주인에게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적 분쟁으로 가볼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들 부부는 “권리를 위해 법적 분쟁까지 간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이럴 바에 새 집을 구하는데 시간을 쓰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현재 A씨 부부의 집은 중개업소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법과 현실 사이 괴리감 여전

국토부 측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새)집주인이 실거주 등을 목적으로 당초 약속했던 계약갱신요구권을 뒤늦게 다시 거절할 경우 효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법은 임차인을 위한 법이다. 새 집주인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이미 권리를 행사해놨으면 계약갱신은 이뤄지는 것”이라며 “‘기존’ 집주인 본인의 실거주가 아닌 이상 새 집주인 의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법적 사례가 충분치 않은 만큼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같은 ‘집주인의 뒤늦은 계약갱신 거절 논란’은 현재 변호사모임에서도 화두다. 변호사들은 대체로 정당한 거절 사유가 될 수 없을 거라고 본다”며 견해를 밝혔다.

이어 “매수인 입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 종료 시점이나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등 해당 주택에 대한 전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알면서도 계약을 진행한 뒤 본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나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직 법적 사례가 없는 만큼 정확한 결과는 판결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