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고 또 쓰러지고…코로나19·태풍 최전선에 선 공무원들

기사승인 2020-09-03 06: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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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고 또 쓰러지고…코로나19·태풍 최전선에 선 공무원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에 '매장 내 좌석 이용과 취식 불가'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태풍·폭우 피해 등이 이어지며 일선 공무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됨에 따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공무원의 담당 업무도 늘었다. 2일 서울 종로구청에 따르면 구청 보건위생과에서 감독해야 하는 음식점과 카페 등은 8000여곳이다. 이를 담당하는 직원은 7명에 불과하다. 타 부서에서 지원을 받거나 구민으로 구성된 ‘식품위생감시관’ 20여명도 함께 활동하고 있지만, 전체를 감독하기는 쉽지 않다. 한 사람당 하루 50곳을 도는 수준이다. 야간 연장 근무는 필수적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마포구청 위생과에서 감독하는 영업장은 1만여곳에 달한다. 직원 20명이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위생과 관계자는 “고위험시설인 클럽과 헌팅포차 등은 물론 음식점과 카페 등에 대한 점검도 하고 있다”며 “전날인 1일 오후부터 이날 자정까지 팀원 3명과 70여 곳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오는 주말에 시내 음식점·카페 감독 업무를 맡았다”며 “2인 1조 체제다. 한 조당 100곳 이상을 돌아달라는 지침이 내려왔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출이 줄어든 영업장을 방문·점검할 때마다 죄송하고 눈치가 보인다”면서 “국민 모두가 방역 수칙을 모두 잘 지켜 코로나19를 빨리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수도권 내 음식점·제과점에서는 오후 9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실내체육시설에는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헌팅포차 등은 이보다 앞선 거리두기 2단계에서 운영이 중단됐다.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코로나19·태풍 최전선에 선 공무원들
▲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강타한 2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 연삼로 가로수가 태풍에 쓰러져 공무원들이 나무를 옮기며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태풍으로 인한 업무 과중도 만만치 않다. 일부 시도에서는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함에 따라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공무원의 3분의 1이 비상대기하며 근무해야 한다. 박성열 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예년과 달리 길어진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인해 비상근무가 잦아졌다”며 “비상근무 명령이 떨어지면 거의 밤을 새워 대기 근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쳐 공무원들이 거의 실신할 지경”이라며 “태풍의 피해가 큰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폭우로 수해를 입은 지역의 공무원들도 업무 과중으로 허덕이고 있다. 긴급한 복구 작업은 마무리됐으나 공공 시설물 피해 복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남 구례군청 관계자는 “인력 부족에 따른 어려움과 현장에서 느끼는 피로도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며 “군청 직원 모두 수해 복구를 위해 주말이나 야간에도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대다수는 주말 없이 일했다”고 전했다.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코로나19·태풍 최전선에 선 공무원들
▲지난달 22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에서 공무원들이 지난 15일 정부·여당 규탄 집회 당시 서울 광화문 인근에 머문 것으로 확인된 시민들에게 전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안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업무 과중에 따른 공무원의 건강 악화도 우려된다. 지난달 27일 충남 아산시 질병예방과 감염병관리팀 주무관이 근무 중 실신했다. 같은 달 충북 충주에서도 수해복구를 지휘하던 50대 공무원이 비상근무 중 쓰러졌다. 지난 4월에는 경남 합천에서 코로나19 업무를 총괄하던 공무원이 사망했다. 지난 3월에는 경북 성주, 지난 2월에는 전북 전주에서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공무원이 숨을 거뒀다. 모두 과로사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더 있다. 최근 논의되는 코로나19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적으로 지급될 경우 공무원의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선별 과정과 통보, 민원 처리 과정을 일선 공무원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와 태풍 등으로 공무원의 업무가 과다한 상태에서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은 그야말로 ‘뇌관’이 될 것”이라며 “일선 현장에서 밀려드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