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슬럼화되는 장위동...사랑제일교회 둘러싼 '폐가와 쓰레기들'

“사랑제일교회 철거 문제로 사업 지연”
“산더미 쓰레기 악취에 인근 주민들 고통 호소”
“조만간 강제집행 다시 집행할 것”

기사승인 2020-09-10 0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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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더니]슬럼화되는 장위동...사랑제일교회 둘러싼 '폐가와 쓰레기들'
▲서울 성북구 재개발 지역인 장위 10구역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 진입로 /사진=조계원 기자 
[가봤더니]슬럼화되는 장위동...사랑제일교회 둘러싼 '폐가와 쓰레기들'
▲사랑제일교회 진입로는 화물 트럭으로 차단된 상태다.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수도권 집단감염의 진앙이 된 사랑제일교회 소재지인 성북구 장위동은 현재 재개발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 장위동 68-37번지 일대는 장위 10구역으로 묶여 2023년 2031세대가 입주할 예정인 지역이다. 당초 계획에는 2020년 하반기 대우건설이 착공 및 분양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현재 사랑제일교회 보상금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장위 10구역은 6호선 돌곶이역 2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3분이면 도착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길에 우측으로 넓은 들판을 볼 수 있다. 장위 10구역과 같이 2008년 4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장위 4구역이다. 4구역은 이미 주민 이주와 함께 철거가 완료돼 아파트 시공 착수만 남겨 놓은 상태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좌측으로 꺾어 동내로 들어가면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랑제일교회 진입로가 나온다. 사랑제일교회 진입로에는 성북구청장 명의로 출입 통제 및 집회금지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또한 진입로에는 교회 측이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화물 트럭이 자리해 차량의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가봤더니]슬럼화되는 장위동...사랑제일교회 둘러싼 '폐가와 쓰레기들'
▲도로변에 붙어 있는 건물은 외관을 모두 천막으로 가려놓고 있다. 그 위에는 강제집행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랑제일교회 철거 문제로 사업 지연”


진입로 주변 건물들은 이주가 끝나 출입구를 막고 간이 천막으로 흉물스러운 외관을 가려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법을 내세워 사유재산 침해말라’, ‘깡패용역 동원한 강제집행 엄벌하라’ 등의 현수막이 걸려 강제집행을 두고 갈등이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현재 장위 10구역은 보상금 문제를 놓고 재개발 조합과 사랑제일교회가 분쟁 중이다. 교회 측은 보상금으로 563억원을 요구하며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 교회 측은 교인 감소와 재정 손실(110억원), 새로운 교회를 짓기 위한 건축비(358억원) 등을 보상금의 근거로 들고 있다. 조합 측은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한 82억원을 근거로 보상금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이에 사랑제일교회 측을 상대로 부동산을 넘겨달라고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명도 소송에서 지난 5월 조합 측이 승소하면서 6월 강제집행이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교회 신도들이 강제집행 당시 휘발유를 몸에 뿌려 분신을 시도하며 막아선 결과 법원 집행관은 ‘집행 불능’을 선언하고 물러섰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조합 측과 교회 측이 협상을 하고 있지만 교회 측에서 요구하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고 워낙 강경해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업이 늦어지는 만큼 사업비에 대한 은행 이자가 늘어나 조합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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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 10구역 안쪽 주택가의 경우 골목길 마다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이곳에서 나는 악취도 상당하다.

“산더미 쓰레기 악취에 인근 주민들 고통 호소”


도로를 벗어나 주택들이 몰려있는 골목길로 들어서면 곳곳에 을씨년스러운 폐가와 쓰레기 더미들을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이미 90% 이상 이주를 완료해 동네가 슬럼화 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쓰레기 악취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찌푸려졌다. 

건물들은 모두 창문이 제거된 상태이었으며 문 마다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일부 골목길은 철봉 등으로 폐쇄된 모습도 보였다. 옆에 걸린 현수막에는 ‘사업부지 내 도로를 폐쇄한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었다. 

골목길에서 급하게 걸어가는 한 아주머니를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코로나19에 대한 경계감인지 악취 때문인지 한사코 거부하며 자리를 떴다. 이후 골목길을 벗어난 도로 변에서 인터뷰 시도에 나선 결과 어렵사리 몇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아주머니는 장위 10구역을 가리켜 “동네가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며 “악취도 나고 쥐도 나와 그 길로는 잘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재작년부터 이사가 빈집들만 남아있는 상태”라며 “빨리 철거를 하던지 해야지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주머니 역시 악취에 대한 불평을 토로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아주머니는 “바람이 불면 그쪽(장위 10구역)에서 악취가 날아온다”며 “가계 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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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제거하고 철거를 앞두고 있는 빈집들. 골목길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조만간 강제집행 다시 집행할 것”


장위 10구역의 슬럼화와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강제집행 및 철거 일정을 문의하기 위해 조합 측에 연락했으나 조합 측은 일절 답변이 없었다.

조합 측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 방침이다, 할 말이 없다”며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철거와 관련해 사랑제일교회와 분쟁을 겪고 있는 조합 측이 교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월 이자만 15억원 이상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며 “강제집행도 건물에 사람이 있으면 진행하기가 어려워 조합 측이 교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일단 강제집행에 다시 나서겠다는 방침”이라며 “조만간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강제집행에 다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거가 빨리 진행되야 조합원들의 부담도 줄고, 인근 주민들의 불편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