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사 부족 맞지만 공공의대는 틀렸다'는 의사들...이유는?

'지방의사 부족 맞지만 공공의대는 틀렸다'는 의사들...이유는?

필수의사 만든다지만 '부실교육· 개원가 쏠림' 우려..."수도권 3차병원 설립부터 멈춰야"지적도

기사승인 2020-09-12 03:25:02 업데이트 2020-11-07 18:55:27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곽경근 기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정책이 의료계 반대로 잠시 멈춰 섰다. 그러나 의과대학 학생들이 동맹휴학 등 단체행동을 중단하지 않으면서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의료계 투쟁 선두에 나선 의대생들은 정책 중단이 아닌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 사실 지역의사와 필수의료분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의료계에서도 지적해온 문제다. 그런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해법에 크게 반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계가 진정 바라는 의사부족 해결대안을 들어봤다.

◇해묵은 필수의사 부족...해결책 부상한 공공의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의대 정원 확충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은 한 해 3058명씩 배출되는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추가되는 4000명 중 3000명은 지방의 의료격차를 해소할 ‘지역의사’로, 1000명은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전문분야 인력으로 육성한다. 의사 수를 늘려 지역 의료불균형과 필수의료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의대 설립법안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은 10년간 의료취약지와 필수의료분야에서 의무복무를 하게 되며,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엄밀하게 공공의대는 석박사과정의 ‘공공의료대학원’이고, 함께 추진되는 지역의사제는 학부생을 선발하는 대학교 과정이다. 

◇사실상 '공공의학대학원'...부실 불보듯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는 '지방의사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공공의대 설립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실한 교육으로 제대로 된 의사를 양성하기 어렵고, 이렇게 배출된 인력들이 지역이나 필수·중증의료 전문가로 근무하도록 강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학교육계에서는 ‘의료의 질 저하’를 가장 우려했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의과대학에서는 예과를 제외하고 4년 동안 의학을 가르친다. 순수의학만을 공부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런데 공공의료대학원은 빠듯한 4년 교육과정 중 일부를 제외하고, 공공의료 관련 교육을 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부실 교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과대학 졸업자 중 공공의료에 뜻이 있는 이들이 공공의료대학원 과정을 밟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의 제도로는 학생들을 유능하게 양성하기에도 사명감을 불어넣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 이사장은 “실패한 의전원 제도와 같은 결과를 낼 것이다. 의전원을 통해 배출된 의사들이 학문적 연구분야로 가지 않고, 개원가로 간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며 “중요한 것은 의사 수가 아니라 근무 환경”이라고 피력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은 다양한 학부 졸업생들이 대학원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마련한 과정이다. 의과학자 양성 등을 목표로 설립했지만,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임상의사로 편중되면서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학부생을 선발한다는 ‘지역의사제’도 사실상 부실하다고 지적됐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일본, 호주 등 지역의사제가 성공한 해외 사례를 보면, 특정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을 선발한다. 의과대학 졸업 후 고향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교육을 지원해 필수의사를 양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역에 의대를 새로 짓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정확한 추계 없이 무작정 학생을 뽑아 연고 없는 지역 근무를 강제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일례로 의사 1000명이 일하는 지역에 추가로 100명의 의사를 배치해 강제로 근무하도록 묶어놓으면 해당 지역 전체 의사의 처우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1000명 중 100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기 마련이다”라며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돈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인정, 안정성 등이 고려된다. 어쩔 수없이 지역에서 일하도록 하는 방법엔 문제가 있다”고 했다.    

▲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한 전공의가 정부의 의료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박태현 기자

◇지방 의사도 공공의대는 글쎄...'은퇴교수 지방 보내자' 제안도

필수의사 부족을 체감해온 지방 의료현장에서도 공공의대 등 정부 대책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 대책이 현재 부족한 의사인력 확충과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다. 

류병윤 춘천성심병원 외과 교수는 “우리 병원은 수년째 외과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아예 외과 전공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공의대를 통해 외과의 등 필수의사를 보충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했다. 류 교수는 “대학만 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자와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문제다. 의학 교육자는 ‘모집’한다고 충원되는 것이 아니다. 또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에서 외과(필수)의사로 일할 곳이 있는지, 여건이 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진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장은 “문재인 케어 이후 수도권 대학병원에 환자와 의료인력이 쏠리면서 지방병원들이 의료인력 구하기가 확연히 어려워졌다. 당장 의료인력이 부족한데 의대정원확대라는 15년 후의 대책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시행 가능한 대책부터 마련하자는 것이다. 공공의대 설립 등으로 의사가 배출되기까지는 약 13~15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는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3차 병원을 계속 늘리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 수도권의 병상 1개는 지방의 5개 병상과 맞먹는다. 지금 짓는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모조리 가져가면 지방의 의료여건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한 이사장은 당면한 필수의사 부족 문제에 대해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학 교수들을 지방의료현장으로 보내거나, 산부인과, 외과, 소아과 등 필수 의료진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서 보내는 방법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확실한 대책은 결국 ‘의사 증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공공의대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사가 부족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의료계는 의료불균형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전체 의사 수가 충족이 되지 않으면, 지역간 분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재 40개 대학이 수련 가능한 인원을 10명씩만 추가로 받아도 평균 400명이 된다. 총량을 늘려서 지역의사로 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공공의대의 경우 앞으로 논의의 여지가 있고, 보완될 내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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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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