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문가 집단 배제한 정부, 내부 의견 무시한 최대집

노상우 / 기사승인 : 2020-09-17 02:00:03
- + 인쇄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시국에 한참 시끄럽던 의료계의 집단 휴진이 막을 내렸다.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확대 등에 대해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승자 없는 싸움일 뿐이었다.

사실 둘 다 조금만 양보했더라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면서 의사집단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를 패싱한 것은 큰 문제일 수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협과 자주 마찰을 빚은 것은 사실이지만, 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계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들에 대해선 사전에 논의해야 했다.

의협을 배제하고 일부 전문가들과의 소통만으로 정책을 일방적으로 진행한 결과, 의협뿐만 아니라 젊은 의사들까지 거리로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 약 한 달 동안 의료체계가 흔들렸다.

정부가 정책을 진행하면서 절차상 정당하게 진행했다면 이들이 진료실을 뛰쳐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후에도 ‘의사는 공공재’라느니 ‘참을 인 자를 세 번 쓰고 회의에 나왔다’는 발언까지 이어지며 투쟁의 강도가 커졌다.

다행히 국회가 나서면서 최대집 회장과 원만한 합의를 했지만, 향후 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찌 될지는 알 수 없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모두 현장에 복귀했지만, 아직 정부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불신의 강도가 워낙 커 미국 의사 국가고시(USMLE)나 일본 의사 국가고시(JLME)를 준비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정부·의사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만큼 깊어졌다.

최 회장이 정부여당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한 행동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인해 의료계가 분노했음에도, 최 회장 역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의료계의 이익·회원 보호를 위한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투쟁의 중심이던 전공의들에게까지 알리지 않았던 것은 의료계 내부의 분열을 야기하는 일이었다. 결국,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불명예스러운 사퇴를 맞이했고, 최 회장도 불신임안건이 동의를 받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의사회원 1만명 이상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97%가 최 회장의 탄핵에 찬성했다. 이는 최 회장이 리더십을 잃었고,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의협을 대변하지 못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불신임안을 2차례 겪고도 살아남았지만,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의사단체들의 싸움으로 국민과 의사들 사이의 거리도 멀어졌다. 의사들은 ‘엘리트주의에 빠진 돈만 밝히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포털사이트 댓글에서도 의사들을 욕하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릴 적 장래희망 1위, 국민의 존경을 받던 의사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국민, 환자들의 몫이었다. 의료계 총파업 기간, 그사이 누군가는 치료 기회를 놓쳤을 것이고, 제때 수술받지 못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이도 있을 것이다. 싸움의 승자는 없었다. 정부도, 의사단체도, 환자도 모두 손해 보는 싸움일 뿐이었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