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신음하는 아이들…코로나19가 만든 돌봄 사각지대

김희란 / 기사승인 : 2020-09-20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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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14일 초등생 A군(9)이 동생과 라면을 먹으려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주택/ 민수미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이들이 돌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 주택에서 초등학생 A군(9)이 동생과 라면을 끓여 먹다가 발생한 화재에 중화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A군은 꾸준히 어머니로부터 방치와 폭행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어 상태가 위중해 서울 내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초등학생 B군(9)은 친부와 동거 중인 여성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혀 있다 숨졌다. B군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살려달라”고 호소해도 가해자 여성은 그를 가방 안에 가둔 채 가방 위에 올라가 뛰거나 가방 안에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불어 넣기도 했다. 그는 B군을 가둔 채 전화 통화를 하거나 외출도 스스럼없이 했다. B군은 지난해부터 해당 여성에게 요가링으로 머리를 맞는 등 12차례에 걸쳐 학대를 당해오다 결국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월 경남 창녕에서는 의붓아버지와 친모에게 2년 간 상습적 학대를 당하다 탈출한 초등학생 C양(9)이 한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시민이 C양을 발견하고 아동학대 신고를 했을 당시 C양은 눈과 다리에 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는 찢어져있었다. 손가락에는 지문이 일부 없을 정도로 심한 화상 흔적까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C양은 지난 2018년부터 의붓아버지와 친모에게 고문 수준의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베란다에서 C군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이틀간 방치하고, 욕조 물에 머리를 담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쇠막대기와 빨래 건조대로 C양을 때리고,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 화상을 입혔다.

▲지난 5월 한 시민에 의해 신고된 C양/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는 아이들을 돌봄 사각지대로 내몰았다. A군, B군, C양의 공통점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을 하지 못해 집에 머물고 있을 때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A군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 때 그의 어머니는 사건 전날부터 집을 비우고 그를 방치한 상태였다. 앞서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 5월 법원에 A군 형제와 어머니를 분리하고 아동보호시설에 위탁하게 해달라는 아동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거부하고 분리 조치 대신 1년 간 형제들이 상담을 받아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상담은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B군과 C양 역시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집에만 머물고 있었다. 사건 당일에도 B군은 온라인 수업에 출석했다. 각 가정에 건강 상태를 묻는 비대면 질문에 그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C양의 담임교사는 C양 부모에게 여러 번 연락하고 가정 방문까지 했지만 C양을 만날 수 없었다. C양의 친모가 교과서 전달 등을 위해 집을 방문한 담임 교사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직접 만나는 것은 곤란하다며 회피했기 때문이다. 결국 학대가 지속돼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학대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심각성을 키웠다.

지난 10일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삶의 영향’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 사태 전 등교수업을 할 때 8%에 머물던 아동학대 경험 비율이 등교 정지 후 17%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해당 조사는 미국, 브라질, 인도 등 전 세계 37국에서 11세~17세 아동 8,069명과 양육자 등 성인 17,565명 총 25,634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한국 통계자료는 이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월부터 지난 4월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총 7,607건으로 전년 동일기간 신고 대비 1961건, 약 20.5% 감소했다. 특히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3월 이후 신고 감소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감소세는 매우 이례적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아동학대 사례건수는 지난 2016년에 1만8700건, 지난 2017년은 2만2367건, 지난 2018년 2만4604건, 지난해 3만4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자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단순히 신고가 줄었다고 해서 학대가 줄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아동학대는 아이들이 있는 학교, 어린이집, 병원, 학원 등 여러 기관들에서 신고되는 비중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외부기관에서의 신고가 줄어 전체 신고 건수가 줄은 것이니 정말로 아동학대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중된 부모들의 육아 스트레스는 오히려 아동학대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동학대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면서 “아동학대를 목격하거나 정황을 포착한다면 ‘남의 집 일인데’라며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신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실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철저히 살피겠다”며 “(아동학대)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heeran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