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응급실 사망' 2배...가족도 의료진도 '사별 트라우마'

'면회 제한'으로 임종앞둔 환자·보호자 생이별...의료진도 '윤리적 고뇌·소진' 호소

기사승인 2020-09-19 04: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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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응급실 사망' 2배...가족도 의료진도 '사별 트라우마'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제공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서울대병원 내 응급실 사망이 전년 대비 두 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이 병원의 사망장소별 사망자 분포를 분석한 결과 응급실에서 사망한 환자 비율이 전체의 26.8%로 확인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7%였던 응급실 사망자 비율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응급실 사망이 늘어난 것이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이날 오후 '코로나19 시대의 완화의료와 임종돌봄'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응급실 사망은 환자들이 원하는 좋은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 이례적으로 응급실 사망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이라고 본다"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면회가 막히면서 가족들이 환자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거나, 임종 방법에 대한 선택 등이 제한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현장의 임종기 환자들은 생애 마지막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가족들도 환자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사별 트라우마'를 겪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유 교수는 "많은 병원들의 면회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또 코로나19 검사 등 절차를 따르거나 장례절차 등을 알아보느라 임종 전 소중한 시간을 소진하고 있다"며 "면회가 제한되다보니 보호자들이 의학적 견해가 아닌 환자에게 의식이 있는지 눈을 뜨고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질문들로 의료진들에게도 생소한 경험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환자들에 대한 임종돌봄의 질이 저하되고, 가족들은 트라우마성 사별을 경험하고 있다. 불량한 사별 후 복합적인 슬픔의 문제가 뒤따를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환자가 외롭지 않게 임종할 수 있도록 비대면 작별인사 방법에 대한 활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의료진들도 코로나19 이후 임종과정에서의 윤리적 고뇌와 소진을 경험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다.

권영옥 서울대병원 응급중환자실 수간호사는 "원래 중환자실은 하루 두 번 30분씩 면회시간이 있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의료진과 소통하고 환자에게도 가족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하루 한번으로 면회 횟수를 줄이고 1명만 가능하게 제한되었다가 8월 19일부터 현재는 중환자실 면회가 전면 금지된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상황에 맞추어 면회를 허용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간호사에게 늘 딜레마다. 한 번은 외부 교회에서 목사님이 오셨는데 원내 지침상 면회를 시켜드리지 못했다. 결국 다음날 환자분은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돌아가셨는데 면회를 시켜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입원형 호스피스의 경우 입원절차의 까다로움, 그리고 일부 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축소 운영되거나 병동이 이전 운영되는 경우가 잇따랐고, 가정형 호스피스와 자문형 호스피스도 코로나19로 서비스 횟수를 줄이거나 중단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서 호스피스 서비스 운영에도 어려움이 컸다. 

최진영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장은 "감염병 확산 시기 국내 호스피스기관 109개소를 대상으로 서비스 운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면회제한, 자원봉사자 출입금지, 밀접접촉 금지 등 조치로 신체적 돌봄과 심리적·사회·영적돌봄에 제한이 컸다. 특히 5월 기준으로 호스피스 이용률이 8% 급감했다가 최근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스피스 병동 입원 어려움에 따라 가정 호스피스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임종문화'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 대다수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문화와 환경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부분은 사망장소가 대부분 의료기관으로 몰린다는 점이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79.9%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한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많은 문제가 노출됐다. 만약 집에서 돌아가셨다면 코로나19로 인한 복잡한 상황을 겪지 않았을 텐데, 병원에서 와있다보니 면회 제한, 코로나19 검사 등 규칙을 따라야하는 문제, 이로 인해 유발된 갈등과 불행 상황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허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중심 의료에 대한 집착이 크다. 그러나 최대한의 치료를 받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것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입장에서 최선이 아니다"라며 "기술 중심의 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중심에 놓고 현 상태를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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