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오도 가도 못하는 한가위, 선물 택배만 “바쁘다 바빠!”

곽경근 / 기사승인 : 2020-09-21 06: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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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죄송합니다.” 고향방문 자제에, 선물로 아쉬움 달래


- 코로나19로 고향방문 자제, 선물로 대신
- 선물세트 주문량 예년 비해 크게 늘어
- 선물포장과 배송에 야근과 특근까지
- 전복거리, 굴비거리는 사람 없고, 배달차량 분주
“만남은 자제하고 정은 나누고”
코로나 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각 지지체에서는 추석 고향 방문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덕분에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있는 부모나 친인척, 지인에게 선물 택배는 크게 늘었다.
17일 오후 전남 완도의 한 건어물 및 해조류 유통업체에서 명절선물세트를 만들고 있다.

[쿠키뉴스] 전북 정읍‧ 전남 완도‧영광 / 곽경근 대기자 = 우리의 추석은 수확의 기쁨과 함께 부모와 친지를 만나 두터운 정을 나누는 소중한 명절이다. 민족의 대이동이라 표현되던 추석의 풍경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 꽉 막힌 고향길이 그리운 옛 추억이 될 듯싶다. 

16일 오후 전남 완도읍의 전복거리에서 전복 및 해조류, 건어물 선물세트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대형트럭에 실리고 있다. 

방역 당국에서는 “추석 연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차단을 위해 '따뜻한 거리 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각 지자체장들도 앞장서서 고향 방문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 올 추석은 아쉽지만 만남을 잠시 뒤로 미루고 벌초 대행서비스와 화상통화를 이용하는 등 언택트(Un-tact)와 온택트(On-tact) 명절을 부탁하고 있다.
16일 오후, 완도 전복거리의 한 전복판매업체에서 추석 선물로 주문한 전복이 크기 별로 포장되고 있다.

사람의 이동이 멈춘 자리를 택배 서비스가 채웠다. 명절의 행복한 만남을 뒤로 미루고 선물로 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쿠키뉴스는 추석을 보름 앞두고 대표적 명절 선물인 한과류, 전복, 해조류, 굴비 제작업체 몇 곳을 돌아보았다.

⁕ 정읍 한과
지난 16일, 한과 포장에 여념이 없는 전북 정읍의 전통한과 전문업체 ‘선혜청’을 찾았다. 조선시대 쌀을 관리하던 기관이름을 따서 상호를 만들었단다.

16일 오후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한과 제조업체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이 전통 한과 만들기에 분주하다.

이 공장은 40년 한과 기술자인 노정호(61) 씨가 2004년 아내와 함께 창업한 곳이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온라인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착실하게 성장해온 지역 소상공업체이다. 지난해 공기업에 다니던 둘째 아들 노주안(32) 씨가 부모님의 사업에 합류했다. 신선한 감각의 젊은 아들이 경영을 책임지면서 온라인시장을 주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아들 노 씨는 홈페이지 제작법과 사진촬영법도 익혔다.

유과가 자동포장되고 있다.
제품도 일인시대에 맞춰 저렴하고 간편한 몇 천원 대에서 9만9천원의 고급 선물세트까지 다양화시켰다. 더욱 올해 들어 ‘코로나19’ 소비시장이 바뀌면서 온라인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선혜청의 노주안 대표는 "한과제품도 일인시대에 맞춰 간편한 몇 천원대에서 21가지의 한과 종류가 들어가는 10만원 가까운 제품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특히 올해들어 온라인 매출이 크게 증대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설의 자동화와 공정의 표준화를 진행하며 재료의 고급화를 꾀했다. 아들 노 씨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수수료 부담이 큰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 납품하는 것보다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것이 좋다.”며 “온라인시장은 수수료 부담이 적어 재료를 고급화해도 판매가격은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과를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있는 전통한과 제작업체 직원들

“한과 만들기는 명절 한 철에만 반짝 바쁜 게 아닙니다. 가을에 좋은 쌀을 구입해 봄부터 여름 내 찹쌀을 발효시켜 원재료를 준비하는 등 사철 한가할 시간이 없다”며 기자와 대화를 듣고 있던 젊은 사장의 어머니 박혜자(61) 씨가 “우리는 좋은 식용유를 사용하면서 한 번 사용한 식용유는 재활용하지 않고 전량 폐기한다. 인공색소를 전형 사용하지 않고 복분자나 양파에서 착즙하거나 쑥, 백년초를 말려 천연 분말을 만들어 자연그대로의 색을 입힌다”며 “그래서 색깔은 타사 제품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빵에 들어가는 팽창제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발효 방식으로 한과를 생산한다. 그래서 단골손님이 많다”며 생산원칙을 자랑했다.

완도 전복거리의 한 전복 판매업체에 배송을 앞둔 전복세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 완도 전복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전남 완도군 완도읍 전복 거리가 한가위 선물세트 운송차량으로 활기가 넘친다. 오전 전북 정읍 한과공장을 거쳐 오후에 도착한 전남 완도읍에는 거리를 누비는 1톤 택배 차량이 분주하고, 대형운송 차량은 곳곳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전복과 각종 건어물세트, 해조류 포장 상자 싣기에 분주하다.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완도 전복은 청정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조류(다시마, 미역)만을 먹고 성장하므로 품질이 우수하고 육질이 부드럽고 맛과 영양이 특별하다.”며 15년 경력의 전복마을 영업담당 박준호(58) 이사가 완도 전복을 자랑한다. 그는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을 통한 주문이 늘어나 휴일도 없이 포장하고 배송하느라 하루해가 짧다. 특히 올 추석에는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농축수산 선물 상한액이 한시적으로 상향되면서 명절 특수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완도 전복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취급하는 이곳에서는 산 전복의 포장과 배송 준비에 직원들이 눈코 뜰 새가 없다. 사무실 여직원들 앞에 놓여진 전화기는 수화기를 내려놓을 사이도 없이 계속 벨이 울리고, 프린터에서는 택배 전표 출력이 이어진다.
오늘 포장해서 배송까지 마쳐야 할 주문량이 2,500박스에 이른다. 1분에 3박스씩 15시간을 쉬지 않고 꼬박 일해야 하는 벅찬 물량이다. 수조에는 성장한 전복이 크기별로 가득하고, 숙달된 일꾼들은 선별된 전복을 방수용 봉투에 정확하게 담아낸다.
완도의 한 대형 전복 판매업체에 한가위 선물용 전복세트를 주문하는 전화가 쉴새없이 걸려오고 있다.

수조에서 꺼낸 플라스틱 박스를 가져오면 한 줄로 늘어선 아주머니들이 싱싱한 전복을 꺼내 방수용 봉투에 정확하게 무게를 맞춰 담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가며 열처리로 밀봉된 후 물기를 닦아 아이스 팩과 함께 스티로폼 상자에 담는다. 숙달된 손길로 박스를 포장하고, 택배 배송 전표를 붙이고 대형트럭으로 옮겨 싣는다. 이후 전남 영암의 우편집중국에서 전국 각지로 배송 된다.

완도 전복거리에서 전복선물세트를 가득 실은 우체국 택배 차량

수조와 작업대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하얀 마스크가 돋보이는 이방인을 만났다.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우 풀(39)씨는 “16년 전에 완도에 들어오면서 전복양식장 일을 하고 있는데 지금의 포장일은 4년째다. 여기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도 나보다 전복 관련일을 한 사람은 별로 없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가 돈 벌어서 뭐 할 거냐는 질문에 “열심히 일해서 고향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자동차를 사주고 싶다”는 그의 눈망울이 아이처럼 초롱초롱 했다.


건어물과 해조류 세트를 제작 유통하는 대한물산 정대한 사장은 “멸치 등 건어물과 해조류는 다양한 건강성분을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용에도 좋은 식품”이라며 “다가오는 한가위에 완도산 건어물과 해조류 선물세트 구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 완도 건어물과 해조류
30년 경매사로 일하며 눈썰미가 남다른 아버지가 창업한 건어물과 해조류 유통회사인 대한물산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정대한(32) 씨는 “우리나라 전통의 멸치 맛을 지닌 완도 멸치는 청정바다에서 나는 바다의 칼슘 창고로 불린다. 싱싱함이 살아 있고,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해 자연 그대로의 맛과 영양이 풍부하게 살아 있다”며 “완도의 해조류 역시 청정바다에서 채취해 정성껏 말려 더욱 깊고 풍부한 자연의 맛과 향을 담고 있다.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멸치, 김, 미역, 다시마 등 다양한 구성품을 정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완도읍에서는 대형트럭에 전복과 해조류, 건어물 등 지역 특산물 선물세트를 적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해조류와 건어물 선물세트 주문이 예년의 비해 1.5배 정도 늘었다. 정 대표는 전 직원이 종일 일해도 주문량을 맞추기 쉽지 않아 추석 전 배송이 마감되는 시기까지는 야근과 특근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영광굴비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천일염으로 간을 해 2~3개월 바닷바람에 건조한다.

 ⁕영광굴비
시원한 녹찻물에 밥을 말아 고들고들하고 짭조름한 굴비 살을 한 점 얹어 먹는 별미는 한여름 더위를 쫓아낸다. 지난 18일 기자는 영광굴비의 본고장 법성포를 찾았다.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주문받은 굴비세트를 제작하고 있는 영광군 법성포의 한 굴비 판매업체

굴비를 말리는 집, 굴비를 선별하는 집, 굴비를 포장하는 집, 굴비를 배송하는 집, 굴비 정식을 판매하는 집들로 이어진 전남 영광군 법성포 굴비거리에는 굴비 굽는 짭조름하면서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보다 굴비를 만들기위해 생조기를 말리는 비릿한 냄새가 과객의 코를 자극한다.

영광군 법성포의 한 대형굴비 판매업체 냉동창고 추석 선물로 제작한 굴비세트가 가득하다.

고가 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영광굴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명절 특수가 사라지고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10여 일 남은 18일에도 먼지 방문한 타 지역에 비해 명절 특수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추석 특수 사라진 굴비거리"
18일 오후, 법성포 굴비거리에는 이따금 차량들만 오갈 뿐 관광객은 '코로나19' 여파로 찾아볼 수가 없다.

법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희(61) 씨는 “법성포에는 명절을 앞두면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와 각 상점을 돌며 굴비 세트를 사갔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객이 전혀 찾지 않아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라고며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안내를 맡았던 임형표 법성면장은 “사람들의 방문이 뜸해진 것 사실이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을 통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에는 예년보다 주문량이 30%는 증가한 것 같다.

굴비는 유통구조상 명절 임박해 많이 찾는다. 다음 주가 되면 매출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상인들은 예측한다”고 기대했다.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