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보다 재범률 높다…‘윤창호법’으로는 역부족?

기사승인 2020-09-22 0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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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보다 재범률 높다…‘윤창호법’으로는 역부족?
사진=쿠키뉴스 DB/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일명 ‘윤창호법’ 시행 후에도 음주운전이 줄지 않고 있다.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다각적으로 음주운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경찰청은 “‘음주운전은 반드시 단속된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도록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음주운전 집중단속 기간을 오는 11월17일까지 2개월 연장키로 했다. 또 전국 경찰서에서 매주 2회 이상 취약 시간대 일제 단속을 실시하겠다고도 밝혔다. 음주운전 예상 지역에서 20~30분 단위로 ‘스폿 이동식 단속’을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특히 음주운전 차량 동승자도 공범으로 인지, 적극 처벌하고 상습 음주 운전자의 차량도 압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강경대응 방침을 내놓은 이유는 윤창호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늘었기 때문이다. 윤창호법은 면허 취소 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8% 이상으로 낮추고 음주운전으로 2번만 적발돼도 면허가 취소되는 ‘2진 아웃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교통량이 줄었음에도 지난 1~8월 음주운전 사고가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1만1266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사고 건수는 9659건이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주 단속을 느슨히 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음주운전 단속을 일제 검문식이 아닌 선별식으로 바꿨다. 김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음주단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풀이했다.

마약보다 재범률 높다…‘윤창호법’으로는 역부족?
사진=쿠키뉴스 DB/ 박태현 기자
음주운전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기도 했다. 지난 9일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차에 탄 운전자가 치킨 배달을 가던 50대 가장을 치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대낮에 술을 마신 50대 남성이 음주운전을 해 6세 남자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단순 처벌 강화로는 음주운전 재범 방지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지난 2017년 44.2%, 2018년 44.7%, 지난해 43.7%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지난 6월 발표)에는 46.4%로 증가했다. 이는 마약범죄 재범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마약류 사범 재범률은 지난 2017년 36.3%, 2018년 36.6%, 지난해 35.6%를 기록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지난 18일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은 자의 경우 일정 기간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차를 운전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에서 제도화돼 시행 중이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제2, 제3의 윤창호법만으로는 음주운전자 제재가 안 된다”면서 “상습음주운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 센터장은 “음주운전은 알코올 중독 성향과도 연관이 깊다”면서 “면허를 재발급 받을 시 알코올중독 전문 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완쾌됐다는 증명서를 첨부하는 등 알코올 중독성이 있는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일부 시민이 음주단속이 소홀할 것이라고 생각해 음주운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로 의료진에 부담이 많은 시기인데 음주운전으로 인해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사회에 2중, 3중으로 피해를 주는 격이다. 독일에서는 음주운전 사고를 낸 가해자를 ‘환자’라고 생각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고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