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0년 과제를 1년만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언제 가능할까

전 세계 3상 진입 9건… 국내 1상 2건·전임상 2건

기사승인 2020-09-23 03: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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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0년 과제를 1년만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언제 가능할까
사진=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 제공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이 전 세계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의학도서관의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은 지난 15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총 1335건이다. 이 가운데 치료제를 제외한 백신 관련 시험 83건이다.

83건 중에서도 3상에 진입한 사례는 총 9건이다. 세계 각지에서 ▲영국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미국 화이자·포선파마·바이오앤텍 ▲러시아 가말레야국립전염병·미생물학센터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모더나 ▲벨기에 얀센 ▲중국 칸시노·베이징이공대학교 ▲중국 시노백 ▲중국 우한생명과학제품연구소·베이징생명과학제품연구소·시노팜(2건) 등의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시험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전

통상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상용화하기 까지는 10여년이 소요된다. 지난 1983년 GC녹십자가 출시한 국내 최초 B형간염백신 ‘헤파박스-B’의 연구개발 기간은 11년이다. 지난 2006년 머크가 개발해 현재 MSD가 공급 중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백신 ‘가다실’의 연구개발 기간은 17년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일 해외경제포커스를 발간하고 올해 개발을 시작한 백신이 유통·접종될 시점을 13년 뒤인 2033년으로 내다봤다.

이를 감안하면 코로나19 백신의 연구개발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전개됐다. 전 세계 대유행(이하 팬데믹)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각국 허가당국이 백신 개발 절차를 간소화하기위한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성화하면서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은 후보물질은 임상시험 전 거쳐야 하는 독성검사를 면제받는다. 기업은 신속히 임상시험을 개시할 수 있도록 FDA와 지속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패스트트랙 제도는 없지만, 사전상담·신속심사 제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계획서(IND)의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2상·3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승인하기도 한다.

이 같은 노력에 따라 코로나19가 발병한지 5개월 만에 유의미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18일 미국의 모더나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에 대한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다. 모더나는 18~55세 성인 남녀 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45명 전원에게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안정성·부작용 의혹 이어져

백신 개발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안전성 이슈도 지속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임상시험 참여자에게서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척수염이 보고되자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던 시험을 지난 6일 중단했다. 이후 12일 영국 허가당국은 척수염이 임상시험과 무관하다는 판단 하에 임상시험 재개를 허가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여전히 임상시험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11일 러시아 정부는 백신 후보물질 ‘스푸트니크V’의 상용화에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마치고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해 비판을 샀다. 가말레야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스푸트니크V는 임상 1상·2상을 마쳤지만, 3상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ABC뉴스를 통해 “백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최초’가 아니라 안정성과 효과”라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모든 백신은 사전 적격성 심사에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필수 자료를 엄격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시노팜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이 이미 1만명 이상에게 ‘응급 접종’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앞서 12일 중국 매체 인민망은 시노팜의 백신 후보물질이 지난 6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7월부터 의료진과 국유기업 직원에게 본격적으로 투약됐다고 보도했다. 시노팜 측은 접종자 가운데 부작용 사례나 코로나19 감염이 한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백신의 대규모 접종에 대해 안정성 우려와 실험윤리 위반 문제가 제기됐다.

국내 개발 현황 1상 2건·전임상 2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초기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계획은 15일 기준 총 23건이다. 이들 대부분은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으로,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2건이다.

이들 임상시험 2건은 각각 제넥신과 이노비오가 신청해 개시됐다. 제넥신의 백신 후보물질 ‘GX-19’는 지난 6월11일 식약처로부터 1/2a상을 승인받고 연세대세브란스병원과 연세대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이노비오는 지난 6월2일 식약처로부터 ‘INO-4800’에 대한 1/2a상을 승인받고, 서울대학교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동물 대상 전임상 단계에 있는 백신 후보물질도 2건 연구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합성항원백신과 진원생명과학의 DNA백신 ‘GLS-5310’ 등이다. 이들 기업은 앞서 지난 3월 정부의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 개발 국책사업에 우선순위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두 기업 모두 올해 연말까지 식약처에 IND를 제출할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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