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 대비 ‘호흡기전담클리닉’, 현장선 실효성 분분

전미옥 / 기사승인 : 2020-09-25 06: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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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은 동네병원·중증은 선별진료소 찾는데...'호흡기전담클리닉' 혼선 우려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가을·겨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독감(인플루엔자)의 동시유행 사태를 대비해 정부가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코로나19와 증상 구분이 어려운 호흡기 발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 진료체계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보건소 등 장소를 마련하면 지역 내 의사가 돌아가며 진료에 참여하는 '개방형 클리닉'과 감염 차단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춘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으로 나눠진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것을 감안해 올해 500개소를 우선 설치하고, 내년까지 1000개소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호흡기전담클리닉에는 개소 당 1억 원의 시설 설비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료기관이나 지역 의료진의 참여가 저조해 자칫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사들과 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보상책과 지원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목 전국보건소장협의회장(부산남구 보건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계간정책포럼에서 “개원가나 병원에서 생각보다 협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협과 정부의 협의 중단으로 참여에 대한 입장이 미온적이기 때문”이라며 “참여하는 의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지침상 참여하는 의사의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 청구가 가능하지만 이것만으로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성격이 모호해 오히려 환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경증 호흡기환자는 동네 병원을 찾고, 중증 환자는 코로나19 감별을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고 있다. 

그런데 호흡기전담클리닉의 경우 '전화상담'을 통해 미리 예약하는 단계를 뒀지만 결국 선별진료소의 기능과 겹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선별진료소와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 검진체계를 왜곡하고, 무분별한 약물 처방을 조장하는 등 단점이 기대효과보다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인구 20~30만 이상의 도시에서 코로나19 환자로부터 일반진료 환자를 효과적으로 분리해내기 위해 마련된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전국적으로 무분별하게 설치되면서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기존의 대량 검진체계를 교란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약물처방을 조장하거나, 처방으로 인한 요양급여 청구로 인한 보험재정 손실 등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역별 지침을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역의 인구구조 등 특수성을 감안하여 도농복합지역, 농촌지역처럼 기존의 대량 검진체계가 유리한 곳은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도시지역의 경우에는 호흡기전담클리닉과 대량 검진체계가 병존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실효성 논란에 정부는 의료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호흡기클리닉이라는 아이디어는 대한의사협회의 내부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서 제안된 것이다. 호흡기 질환이 독감과 코로나19와 같이 복합적인 호흡기 질환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선 설명했다.

이어 "개별 의사의 입장에서 본인의 진료를 비우고 참가를 해야 하고, 환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하려는 이유는 호흡기 질환을 지역사회에서 사전적으로 파악하고, 교차 감염을 최소화하면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장의 여건을 반영하기위해 노력하겠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설치할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