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엘거·휴거' 조롱에도 장애인·한부모가족 '방치'

신혼희망타운 일반 임대주택 동호수 비공개
장애인·한부모가족 '주거약자'만 동호수 공개
"장애인 등 주거약자 위한 인식과 배려 부족"

기사승인 2020-10-14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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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 '엘거·휴거' 조롱에도 장애인·한부모가족 '방치'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진=LH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면서 일반 임대주택은 비공개처리한 반면 장애인·한부모가족을 위한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은 동호수까지 모두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임대주택 거주민을 엘거(LH 임대주택 거지), 휴거(휴먼시아 거지)라고 비하하는 등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다. 이런 가운데 LH의 무관심 속에 공개된 장애인·한부모가족 임대주택의 구체적인 동호수는 또 다른 차별의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제보자와 LH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0000 신혼희망타운 2-A2블록 청약에서 주거약자용 임대주택 18호에 대한 동호수가 모두 공개됐다. 

LH는 공고문에서 구체적으로 000동, 000호를 지목하며 주거약자용 행복주택이라고 밝혔다. LH는 심지어 누구나 접근 가능한 0000 신혼희망타운 2-A2블록 소개 홈페이지에서도 주거약자용 행복주택을 표시한 동호배치도를 업로드해 놓고 있다.

확인 결과 LH는 해당 신혼희망타운 뿐만 아니라 다른 신혼희망타운의 주거약자용 임대주택 동호수도 모두 공개하고 있었다. 

제보자는 “국감에서 LH사장이 천준호 국회의원의 질의에 신혼희망타운에서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구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로는 장애인·한부모가족을 위한 임대주택을 모두에게 공개해 고통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LH는 신혼희망타운의 일반 임대주택은 철저히 동호수를 비공개하고 처리하고 있다. 

LH는 신혼희망타운에서 일반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입구나 엘리베이터 차별 없이 무작위로 혼합 배정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내장재도 통일해 일반인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구분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임대주택 거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자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입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기서 장애인·한부모가족 임대주택만 제외된 상황이다.

[단독] LH '엘거·휴거' 조롱에도 장애인·한부모가족 '방치'
▲0000신혼희망타운의 동호 배치도 

그렇다면 LH는 왜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에 대해서만 동호수를 모두 공개하고 있을까. 

LH는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은 장애인을 위한 특수설계가 적용되 공개가 불가피하고, 공개를 요구하는 수요도 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LH 관계자는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은 휠체어 타는 분들을 위해 문턱이 없거나 화장실에 안전 손잡이, 미닫이 문 등이 설치되어 있다”며 “신체에 장애가 있는 분들이 따로 신청하는 주택이라 다른 주택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분들 중에 거주를 고려해 사전에 임대주택 위치를 문의하는 분들이 있어 동호수를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한부모가족도 입주대상으로 삼고 있는 만큼 LH의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은 장애인이 아니라면 입주자의 대부분이 한부모가족이라는 점에서 가정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더 비공개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한국지제장애인협회 염민호 국장도 “장애인을 위한 임대주택의 동호수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인식과 배려가 부족한 행동”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는 실제 장애인 아파트를 두고 퇴거 요구가 나오는 등 차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동호수는 비공개 처리하되 주거약자에 대해서만 공개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독] LH '엘거·휴거' 조롱에도 장애인·한부모가족 '방치'
▲▲0000신혼희망타운의 공고문,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의 구체적인 동호수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