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농민’ 위한 농협

농협 브랜드 상품 40%는 수입원료로 범벅

입력 2020-10-20 15: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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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농민’ 위한 농협
▲ 서삼석 의원
[무안=쿠키뉴스] 신영삼 기자 =곡물자급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식량자급률이 6년만에 가장 낮은 가운데 ‘농업인과의 상생’과 ‘같이의 가치’를 주장해 온 농협이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PB상품을 대거 판매해 논란이다.

PB(private brand products)상품이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제품생산을 위탁해 유통업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으로 PL(private label)상품이라고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9월 기준 하나로 유통 PB상품 원산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303개의 농협브랜드 상품의 40%인 120개에 수입원료가 사용되고 있었다.

동원에프앤비는 연육과 치즈를 인도와 인도네시아 미국, 뉴질랜드, 호주, 덴마크 등에서 수입해 왔고, 사옹원은 얼린 명태포와 새우를 러시아와 베트남에서 수입해왔다.

사조대림은 우동과 게맛살, 칼국수, 어묵, 쌈장, 참치액젓, 부침가루, 빵가루, 튀김가루 등 다양한 제품에 호주와 미국, 중국과 베트남 등 수입산 밀가루와 대두, 연육 등을 수입해 사용했다.

미니웨하스를 생산하는 삼아인터내셔날과 중력 밀가루를 생산하는 삼양사 역시 미국산 밀가루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아워홈은 마카롱과 쫄면, 알탕 등에 사용하는 정백당과 아몬드분말, 명태곤이, 명란 등을 호주와 미국, 러시아 등에서 수입했다. 

이밖에도 오리온과 제이앤이, 진주햄, 청우식품, 청하식품, 코스모스제과, 효림원, 효성앤에프, 남양유업, 농협목우촌, 대상, 대양제면, 대한제당, 롯데제과, 롯데푸드, 매일식품, 매일유업, 미찌푸드, 서울식품, 신송식품, 칠갑농산 등에서도 옥수수와 밀가루, 양조간장 원액, 당면, 바지락엑기스 등 다양한 농수산물을 수입해 원료로 사용했다.

농협은 현재 NH등 농협상표가 붙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농협계열사 및 지역(회원)조합의 2151개 하나로 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PB상품은 마진율 등이 높아 유통업체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협브랜드 상품 중에서 국내산으로 대체가 가능한 밀, 콩, 옥수수, 쇠고기, 무 등을 수입산으로 사용한 국수, 양념쌈장, 나쵸칩, 육포, 황태해장국 등의 제품이 다수 발견되면서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이라는 농협의 이미지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다.

PB상품에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밀과, 콩의 2019년 기준 식량자급률은 각각 0.7%, 26.7%다. 식량 자급이 저조하다 보니 수입에 의존하고,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식량자급률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국내 식량자급 향상을 위해서는 자급이 떨어지는 작물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주고 수입산 농산물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삼석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식량자급이 국가안보차원의 핵심 농정과제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내 농가에서도 생산되는 제품을 수입산으로 사용하는 것은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농협의 설립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국산원료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대책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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