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포기해야 겠어요”...전세난 청년들까지 몰아붙였다

"집주인이 손사래, 전세임대 애초부터 집 찾기 어려워"
"저금리에 전세난 가중되면서 지금은 하늘의 별 따기"
"기대→허탈감으로" 전세임대 찾기 포기하는 청년들

기사승인 2020-10-23 06: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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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포기해야 겠어요”...전세난 청년들까지 몰아붙였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 모습, 청년들은 전세난으로 청년전세임대를 받아 주는 주택을 찾기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사진=조계원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우리들끼리 흔히 ‘하늘의 별따기’, ‘행운아들만 구한다’라고 해요. 집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LH청년전세임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사로부터 22일 들은 말이다.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청년들이 전세임대주택을 찾기 너무 어렵다는 제보를 받고 이날 서울 내 한 대학가 인근 공인중개소를 돌며 실제 상황을 둘러봤다.

10여 곳이 넘는 공인중개소를 방문했지만 청년전세임대를 받아주는 물건이 있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처음부터 “LH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전세임대 매물은 없어요” 등의 답변에 대화조차 길게 하기 어려웠다.

청년전세임대는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이 거주를 희망하는 주택을 찾아오면 LH가 해당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신혼부부 전세임대도 같은 방식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공통적으로 집주인들이 전세임대로 집을 내놓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세임대의 복잡한 절차와 깐깐한 요건에 집주인들이 거부한다는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LH전세임대를 받아주면 그 순간부터 갑의 신분에서 을이 된다”며 “누가 좋다고 전세임대를 받아주겠나”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중개사는 “불법개조나 부채비율 등 조건을 만족하는 주택이 많지 않다”며 “이 동네에서 그런 집은 찾기는 어려울 거다”라고도 말했다. 이어 “권리분석도 받아야 하는데 집주인으로서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다가 한 중개사로부터 LH전세임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공인중개사를 소개 받았다. 이 중개사에 따르면 집주인들이 전세임대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는 전세임대를 취급하지 않고,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공인중개사가 존재했다.

“그냥 포기해야 겠어요”...전세난 청년들까지 몰아붙였다
▲대학가 공인중개소들, 대학 인근 공인중개소에서는 전세임대 물건을 애초부터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조계원

소개를 통해 연락이 닿은 전세임대 전문 공인중개사는 “자신도 청년들 상황이 안타깝지만 지금 집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며 “전에도 전세임대는 물건이 적었지만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요즘은 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얼마 전 아침 일찍 집을 보고 저녁에 연락을 주겠다는 청년이 있었다”며 “그런데 청년이 고민하는 사이 집이 나가버려 저녁에 연락을 받았을 때는 계약이 어렵다는 말을 전해야 했다”고 전했다. 물건이 있으면 일단 계약금부터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연락이 통한 또 다른 전세임대 전문 공인중개사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저금리에 전세가 돈이 되지 않는데다 세금이 오르면서 집주인들도 현금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라 전세를 월세로 많이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전세임대로 나오는 매물은 하나도 없다”며 “월세로 나온 매물 가운데 1-2달 지나도 월세가 나가지 않으면 전세임대로 돌리자고 설득해 매물이 한두 개씩 나오는 상황”이라고 이야기 했다. 

집주인들이 선호하지 않아 가뜩이나 공급물량이 적었던 전세임대주택이 전세난에 또다시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보자는 물론이고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청년전세임대나 신혼부부전세임대를 포기해야 겠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제보자는 “처음 전세임대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는 굉장히 즐거웠는데 이제는 허탈한 심정이 크다”며 “지금은 전세임대를 포기하고 일단 학교 근처에 고시텔이나 월세 원룸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