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주주 3억 과세 논란, 무모한 원칙 고수는 무능에 불과

대주주 3억 과세 논란, 무모한 원칙 고수는 무능에 불과

기사승인 2020-10-23 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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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주주 3억 과세 논란, 무모한 원칙 고수는 무능에 불과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사자성어 중에 독행기시(獨行其是)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 보다는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처사한다’는 비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합리성과 융통성이 부족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용어다. 

최근 금융세제 개편안(3억원 기준 대주주 적용 양도세 부과)과 관련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행보를 보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22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여야 의원들이 질타에도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3억원)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감에서도 “대주주 기준 3억원이라는 것이 한 종목에 해당된다”며 “(대상자)는 주식투자자의 1.5%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는 홍 부총리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현 정부는 조세형평성에 매몰돼 자본시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주주 기준 양도세 과세가 논란이 되는 것은 단순히 소수(1.5%)에 불과한 투자자들에게 양도세를 걷는 것이 논점이 아니다. 종목 당 3억원으로 양도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어느 나라 자본시장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대주주 기준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설정한 나라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호주 등 주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뿐이다. 게다가 대주주 기준도 특정 종목에 대한 지분율로 분류하지 금액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세계자본주의 총본산 미국의 경우에는 일정 금액이 초과한 매도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적용하지만 장기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누진적으로 우대세율을 적용한다. 이는 단타 매매가 아닌 장기투자를 권장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단순히 3억원 적용받는 대주주 비중이 적다고 증시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순진한 발상이다. 그럼 왜 청와대 청원에 20만이 넘는 동학개미들이 해당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일부 종목에서는 대주주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 일반 개인들과 기관까지 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

또한 조세 대상자들은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미국시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이 같은 증시 흐름에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받고, 당초에 의도했던 조세 방안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국내 자본시장의 위축만 불러 올 뿐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동력인 개인 투자자들을 응원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커졌지만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활약으로 증시를 방어했다. 최근 다시 전 세계가 코로나19 2차 펜데믹 현상까지 오고 있고, 다시 주식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이 와중에 전 세계에서 적용하지 않는 ‘3억 대주주 양도세’를 추진하려는 것은 원칙에 매몰된 무능함에 불과하다.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