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경증진료 ‘페널티’가 푼돈? ‘평가’로 옥죈다

복지부, 연말까지 의료전달체계 중장기대책 발표 

기사승인 2020-10-28 0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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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경증진료 ‘페널티’가 푼돈? ‘평가’로 옥죈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페널티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경증환자 내원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익 대비 페널티 규모가 작아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영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증환자를 봐야 할 빅(BIG)5 종합병원에 수익성 좋은 외래환자가 몰리고 있다”면서 “경증환자 진료시 의료질평가지원·종별가산금 지원을 제한하고 있지만 병원 수익에 비교하면 미미한 조치이다. 이들 인센티브를 합쳐도 연간 300억원 정도인데, 대형병원 외래총수익을 보면 지난해 기준 9조800억원”이라고 질타했다. 

정부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중증진료에 대한 수가 보상은 높이고 경증진료 수가 보상은 낮추는 내용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즉,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중증환자 진료시에는 수익을 보도록 한 것이다. 이전에는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경증 여부에 관계없이 환자 수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원받고, 종별가산율(30%)도 동일하게 지급됐지만, 현재는 경증 외래환자(100개 질환)에 대해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종별 가산율 적용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수진자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이용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무소속 의원이 국내 의료기관의 중증 및 경증질환별 수진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수진자 수는 2015년 766만명에서 2017년 819만명, 2018년 823만명, 2019년 845만명, 올해 8월말 기준 546만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해결에 있어서는, 의료공급자들이 경증환자를 설득해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동네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필요 이상의 경증환자를 볼수록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페널티 제도에는 공감을 하지만 규모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큰 병원의 경우 300억원이 크게 영향을 주진 않지만 금액에 차이가 나면 작동한다”면서 “또는 의료질평가나 상급종합병원 선정기준 등 전체적인 평가기준에 (경증환자 진료 부분을) 반영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금액’의 규모보다도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경증환자 비율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병원에 따라 300억원이라는 금액이 영향을 주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경증환자를 많이 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환자들의 경우 본인부담을 늘리더라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페널티 규모가 작아서 경증환자 외래진료를 계속 유지한다면 다른 평가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제도 목적 자체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이기 때문에 환자 회송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각종 수가 가산이나 평가 지표에 넣으려고 한다”며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경증환자 비율이 있기 때문에 회송을 열심히 할 경우 경증환자 비율을 일부 빼주는 등의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중증환자가 입원환자의 최소 30% 이상(기존은 21%)이어야 한다. 반대로 경증입원환자 비율은 16% 이내에서 14% 이내로, 경증외래환자는 17% 이내에서 11% 이내로 기준을 강화한 상태다.

그는 “병원입장에서도 큰 틀에서 봤을 때 금액보다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의료질평가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 회송 노력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대신 원활한 환자 회송을 위해 진료협력센터 인력에 대한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의료법상으로도 의료회송료를 지급하고 있긴 하지만, 100병상당 1명 이상 인력을 둘 경우 기존 4만5000원에서 5만1000원정도로 추가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을 보완한 중장기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전달체계 TF팀이 구성‧운영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위해 수가 조정뿐 아니라 지역사회 연계, 지역의료 간 격차 해소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대한 연말 전까지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