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쓸 것을 써라” 사망 원인 묻는 유가족에 쏟아지는 ‘악플’  

기사승인 2020-10-28 13: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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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쓸 것을 써라” 사망 원인 묻는 유가족에 쏟아지는 ‘악플’  
▲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가족의 사망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는 유가족에게 여전히 ‘악성댓글(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에 의해 피격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유가족은 28일 오후 청와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청와대가 당시 실종됐던 피살 공무원에 관해 보고받은 서류와 지시한 서류 등이다. 유가족 측은 “청와대가 대한민국 국민이 사망하기 전까지 보호조치를 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청구”라며 “북한과 통신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해 국방부가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알고 싶다”고 설명했다.

A씨의 형 이래진씨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리는 ‘상소문’에서 “댓글로 인해 연예인이 왜 자살하는지 심경을 이해하겠다”며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유가족은 A씨가 ‘월북’하던 중 사망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방부와 해양경찰, 해양수산부 등에도 피살 공무원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등에서는 이에 대한 비난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A씨와 A씨의 자녀, 이씨 등을 조롱하는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에서 악플을 단 일부 네티즌을 고발한 상태다. 

백신을 맞고 이틀 뒤 사망한 고교생의 유가족에 대한 악플도 거세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동생은 지난 14일 백신을 맞고 지난 16일 오전 사망한 채로 자택에서 발견됐다”며 “국과수에서는 독감과 관련이 있을 수가 없다는데 믿을 수가 없다. 아질산염이 치사량으로 동생의 위에서 다량 검출됐다고 한다. 자살 혹은 타살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숨진 학생이 아질산염 등을 구매한 것을 근거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네티즌은 “정부가 만만하냐 왜 정부에게만 난리냐” “요즘은 툭하면 떼쓰는 것이 유행이다” “억지 부리지 말라” “온 가족이 난리 피우는 것을 보니 이유가 뻔하다” 등 유가족을 향한 날 선 댓글을 남겼다. 

전문가는 정부 옹호를 위해 유가족에 대한 악플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피해자, 유족, 사건 관련자 등 누구나 정부에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보호하려는 이들이 대통령의 ‘자유’를 위해 동료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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