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쏠림 막는 ‘전문병원’도 지역 격차…‘메리트' 필요하다

병원계, 인센티브 필요성 공감

기사승인 2020-10-29 04: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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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쏠림 막는 ‘전문병원’도 지역 격차…‘메리트' 필요하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전문병원’제도가 의료전달체계의 핵심 역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중소병원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문병원 역시 지역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인데, 단순 수가지원뿐 아니라 지역별 기준 완화, 인증기관 홍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0년째 시행되고 있는 전문병원 제도는 우수하고 역량 있는 중소병원을 육성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대형병원 환자 집중을 완화시키고 지역 환자들의 질 높은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도입됐다. 한승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연구위원이 28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제45회 심평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문병원의 입원건당 재원일수는 지난해 기준 8.3일로, 상급종합병원 6.1일, 종합병원 7.5일에 비해 재원일수가 더 긴 대신 상대적 비용은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낮은 비용으로 더 오랫동안 입원관리가 가능한 것이다. 

동시에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필요 분야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화상전문병원의 경우 지난해 기준 연간 화상 입원 진료비 중 53.8%가 전문병원에서 발생했다. 또 지역 내 전문병원 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 자체충족률(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 경향)은 80% 이상으로 높은 대신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병원 쏠림 막는 ‘전문병원’도 지역 격차…‘메리트' 필요하다
▲한승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연구위원


이처럼 ‘전문병원’이 의료전달체계에 있어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특정 분야 쏠림현상과 지역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전문병원 107개소 중 수도권에 59개소(55.1%), 대도시에 97개소(90.7%)가 운영되고 있다. 한 위원은 “전문병원이 없는 강원, 충청 등의 지역에서는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률이 낮고,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또는 수도권 내 전문병원을 찾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지역별 전문병원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함명일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전문병원 확충의 한계로 ▲높은 진입장벽 ▲전문병원 브랜드의 일반화 ▲실질적 지원 부족을 꼽았다. 함 교수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받기 위한 비용이 과다하게 들고, 전문병원 지정이 환자 내원이나 의료수익의 증가로 연결되지 못한다”며 “또 질평가지원금, 전문병원 가산 등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단 수도권 및 광역시 간에도 의료인력 여건의 차이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인력 등 지정기준을 세분화해 차별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동일기관의 중복지정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일 의료기관이 두 개 이상의 전문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하면 일반 지역 주민의 인식이 개선되고 인지도도 향상돼 환자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며 “이는 의료전달체계상 기능 확립과 강화 역할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계는 중소병원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정성관 대한중소병원협회 아동병원 위원장(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아이들의 경우 주사를 놓을 때에도 의료인력이 1명 이상 투입되지만 추가 인력에 대한 수가가 반영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수가 자체도 낮기 때문에 전문병원 수가와 의료질평가지원금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아무리 지원금을 잘 받아도 억단위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적자경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전문병원 진입에 있어 가장 큰 문턱이라고 할 수 있는 인증평가보다 전문병원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용이 더 크다”면서 “코로나19로 병원 운영이 어려운 시기에 전문병원 인증평가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 길이 맞는지 고민이 된다. 인증 기준을 낮추기 보다는 인센티브가 보다 효율적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전문기관 인증에 대한 홍보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의 환자들은 24시간, 365일 운영하면 모두 (전문병원) 인증기관이라고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전문병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갖춰져 있는 곳은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서 “전문병원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더 인정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포털이나 언론홍보도 전문병원 타이틀을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데, 전문병원 대우를 더 해줘야 동기유발이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진호 대한전문병원협의회 기획위원장도 “전문병원에 대한 사회적 메시가 분명하면 중소병원들도 의료 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의료법 상에서는 전문병원이 아닌 기관이 전문병원으로 표기할 수 없지만, 포털에서는 전문병원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원급에서 전문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수가를 높일 필요도 있다.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이나 수가가 똑같기 때문에 의원급에서도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것”이라며 “의원급이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병원을 홍보할 수 있도록 세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장 또한 “지역 자체충족률에 있어 전문병원의 기여도가 있기 때문에 인증 기준 완화보다는 인센티브 강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대신 인센티브도 지역별로 차등할 필요가 있다. 광역시나 수도권보다는 지역 쪽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모니터링을 통해 전문병원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전문병원 활성화 방안 등 담아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의료법에서 전문병원이 아닌 기관이 전문병원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홍보 등 전문병원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는데,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에 전문병원에 대한 여러 의견을 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대도시에 전문병원이 집중돼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의 무조건적인 확대보다는 의료 수요와 공급가능 인력 등을 파악한 후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전문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을 대체할 수 없지만 어느 부분까지는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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