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자급 역량 ‘제약주권’ 확립, 보건위기 대응에 필수과제

남인순 의원·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 경쟁력 강화 토론회’

기사승인 2020-11-10 16: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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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자급 역량 ‘제약주권’ 확립, 보건위기 대응에 필수과제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한국 제약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사진=한성주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감염병과 재난 등 보건의료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수의약품을 자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한국 제약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이 주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계·학계·정부 등 각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필수의약품 자급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의약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주제발표는 ▲하신혜 국경없는의사회 대외협력부 보좌관 ▲박영준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채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이 진행했다. 이어진 토론은 이재현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전문위원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 ▲김호동 휴온스 이사 등이 참여했다.

남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의약품 국산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됐다”며 “여러 국가들이 특정 의료물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수출 제한조치에 돌입했고, 특히 의약품 해외 의존도가 높은 미국은 탈중국화를 선언하며 해외 자국 기업을 본토로 다시 데려오는 ‘리쇼어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우리나라도 감염병 대응에 필수적인 제품의 국내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의약품  원료와 완제품의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진출에 장애가 되는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약주권은 한 국가가 자력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다. 원 회장은 “우리나라의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80%에 육박하지만, 원료의약품은 30%미만”이라며 “백신은 50% 수준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료의약품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원료·필수의약품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하신혜 보좌관은 의약품 가운데서도 특히 필수의약품 공급 역량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즈, 결핵, 열대질환 등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유는 필수의약품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필수의약품은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상업적 가치가 없거나, 연구개발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의 이유로 사람들에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시장실패는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부와 국제기구, 제약사, 비정부기구가 함께 해결해야하는 과제”라며 “공익과 국제사회의 수요를 고려한 연구개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준 교수는 우리나라의 필수의약품 자급률이 완제의약품 자급률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 시대에 신종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도래하고 있고, 그 주기도 더 빨라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만큼, 필수적인 의약품들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제약사가 필수의약품 생산을 중단하면, 공급에 곧바로 문제가 생기는 환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서 자체 개발 및 제조 역량을 갖춘 공적 기관을 구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채규한 과장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신속히 개발하기 위해 전담심사체계를 구축하고,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규제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며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의료제품 개발 지원을 위한 법률제정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치료제가 없는 치명적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일부 신약에 대해서는 조건부 품목허가를 내는 제도를 운영한다”며 “신약 허가심사체계도 대폭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놓인 환경을 파악하고,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의논했다.

김용우 단장은 “정부 차원에서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 계획을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수준이 해외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이슈가 떠오른 이후 필수의약품 개발과 생산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며 “정부 역시 시장성이 담보되지 않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화 대표는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산업은 보건의료 체계의 안정적 유지에 기여하는 공공적 측면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라는 가치를 가진다”며 “산업군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인력, 자원, 기술, 제도 등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호동 이사는 “필수의약품은 대부분 저마진 제품으로 원가 보전이 쉽지 않고, 국내 기업들은 선뜻 취급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어떻게든 생산 설비와 인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필수의약품을 지정공고만 하는 데 그치지 말고, 수익성 문제를 해결해 기업들이 필수의약품을 취급하도록 유도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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