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이중 방역 입장·초대권 배부 등 대응에도 불구···마스크 벗고, 음식 먹고

입력 2020-11-12 23: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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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행사장을 찾은 시민이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를 촬영 중이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각 지자체의 축제 및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강원 강릉시(시장 김한근)에서는 지역 대표급 축제로 자리 잡은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개막했다.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원장 최돈설)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강릉대도호부관아 일원에서 '빛으로 만나는 천년의 관아'라는 테마로 오는 14일까지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고즈넉한 야경을 선사한다.

[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했다.

이번 행사의 미덕은 아무래도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리고, 이른바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을 의미하는 블루(Blue)가 합쳐진 신조어)'로 웅크린 시민을 위로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문화재 야행(夜行)'은 지역 문화재와 역사 문화 자원에 담긴 가치를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 공모에 나서 올해 36건을 선정했고, 내년도는 42건을 선정했다.

강릉시의 경우 2016년부터 꾸준히 사업지로 선정돼 내년도까지 합하면 '6년 연속 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룬, 굵직한 진행력을 갖춘 지역이다.

[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안내판을 살피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라는 변수다.

잠잠해지다 시끄럽다를 반복하며 전 세계를 지리멸렬하게 괴롭히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타지역의 문화재 야행은 아예 온라인으로 전환되거나 최소 규모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달 9일 개막한 '통영 문화재 야행'의 경우 토크 콘서트를 사전 예약제로 접수하고 각종 공연은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강릉보다 하루 앞선 지난 11일 개막한 '원주 문화재 야행'도 거리 행사 등을 모두 취소하고 공연과 전시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진행한다. 

오는 14일에 개막하는 '인천개항장 문화재 야행'과 오는 17일 개막을 알린 '강화 문화재 야행'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거나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해 치러질 예정이다.

이에 비해 강릉의 경우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시민의 면대면 참여가 가능한 행사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시대에도 대면 행사가 가능함을 시사하는 선례가 될 수 있는지'에 방점이 찍힌다.

물론 강릉 문화재 야행 역시 현 시국에 대응해 행사 규모를 줄였다.

[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행사장을 찾은 시민이 '드론 라이트 쇼'를 감상하고 있다. 

올해 강릉 문화재 야행은 기존 8개로 구성된 테마를 4개로 축소하고 41개의 프로그램 중 감염 위험성이 높은 체험, 먹거리, 무대 공연 등의 행사를 제외한 18개 프로그램으로만 구성됐다.

이와 함께 사전 초대장을 배부해 시간당 4000명의 관객만 출입 가능하도록 통제했다.

입장 절차도 철저했다. 

[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입구에 배치된 방역 요원이 방문객을 체크 중이다.

[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입구에 배치된 방역 요원이 QR 코드를 입력하고 있다.

행사 첫날인 12일 기자가 방문해보니 체온 측정과 QR코드 체크는 물론, 입구에 소독 게이트와 살포식 손 소독 시스템을 구축해 이중 방역을 하고 있었다.

또 강릉영동대학교 간호학과 3~4학년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출입구 방역 체크 요원들은 행사에 차질이 생길까 방문객을 2번, 3번 확인했다.

[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행사장 안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 팻말을 들고 있는 방범대원.

행사장 안 마스크 미착용 등을 감시하고 있는 방범대원 10여명 역시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이었다.

행사장 방범을 맡은 강릉시 중앙자율방범대 김진오 대장은 "코로나19로 각종 축제가 연이어 취소되면서 지역 상권이 많이 침체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개막한 축제이기에 발 벗고 나서 방역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민 의식이다.

[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먹고 있다.

기자는 취재 도중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시민을 비롯해 조형물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는 시민도 목격했다.

야외 행사장이지만 야간에 진행되는 행사라 감시가 어렵고, 공간 규모에 비해 행사장을 찾은 인구가 많아 밀도가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강릉문화원 문화경영팀 김정여 팀장은 "자원봉사자뿐 아니라 27여명의 문화원 직원이 모두 투입돼 방역에 힘쓰고 있지만 첫째 날이라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숙함을 보완해 마지막 행사일까지 음식물 섭취 자제를 적극 권고하고 마스크 착용에 대한 감시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12일 현재 강원도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54명이다. 특히 12일 하루에만 인제군 9명, 원주시 7명, 춘천 3명, 속초 1명 등 총 2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르포]강릉 문화재 야행, 코로나19 시대 '성공적 행사' 선례 가능할까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12일 저녁 강원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원이 주관한 '강릉 문화재 야행'이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행사장에 전시된 조형물.

올해 강릉 문화재 야행 취지문을 쓴 이홍섭 시인은 이병주 작가의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글을 인용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 개막한 이번 행사가 '월광에 물든 신화', 다시 말해 코로나19 시대에 영민하게 대응한 성공적인 행사로 선례를 남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kangddo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