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시국에 ‘화합’ 꾀하려 제주도 간 강동구의회

예산안심의 앞두고 의회 내 갈등 봉합 목적… ‘나들이’ 일정 지적엔 코로나 여파 등 해명

기사승인 2020-11-17 05: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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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 시국에 ‘화합’ 꾀하려 제주도 간 강동구의회
사진은 코로나19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운항을 재개한 공항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강동구의회 소속구의원 18명이 최근 다녀온 제주도 워크숍이 논란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좀체 누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내년도 구 예산심사를 2주일 앞두고 사실상 나들이에 가까운 외유성 일정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의회는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쿠키뉴스가 확보한 강동구의회 의원들의 ‘2020년 하반기 워크숍’ 일정표에 따르면 18명의 의원과 의원들을 수행한 직원 8명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간 제주도의 한 호텔에 머물며 일정을 소화했다. 

첫 일정은 제주힐링명상센터(무병장수테마파크) 방문이었다. 이어 진규호 대한상사중재원 분쟁종합지원센터장의 특강을 듣고 간담회를 겸한 석식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다음날인 12일에는 ▲제주4·3 평화공원 방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방문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 견학 ▲용눈이오름 레일바이크 체험 ▲성산 일출봉 견학 ▲제주 성읍녹차마을, 녹차동굴 견학 ▲석식 및 간담회 일정이 잡혀 있었다.

마지막날에는 ▲신재생에너지홍보관 방문 ▲해녀박물관 견학 및 숨비소리길 산책 후 강동구의회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대부분의 목적지가 관광지로 의정활동과의 연계성을 찾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소식을 접한 강동구민과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명을 오르내리고, 예산안 심의를 앞둔 상황에 세금 낭비성 나들이를 꼭 갔어야했느냐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구의회가 해명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시국이 적절치 않았지만 그만큼 절박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오해와 시기적 특수성이 곂쳐 논란이 됐다고 부연했다.

워크숍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했던 방민수 의회운영위원장은 16일 “의회가 하반기에 접어들며 여야가 강하게 대립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여야 의원들이 얼굴도 안보고 밥도 따로 먹을 정도였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워크숍을 기획한 만큼 강행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속내도 털어놨다.

여야 구의회 의원들간의 세대갈등과 소속정당 간 당론충돌, 정치적 신념과 생각차이가 임기를 절반여 남겨두고 터지며 원만한 의정활동이 어려운 속사정이 있었다는 것. 나아가 향후 구의회 의사일정을 소화하고 원만한 논의의결을 위해서는 함께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방 위원장은 “의회운영을 책임진 운영위원장으로 여야 의원들이 서로 밥도 한끼 안 먹고 외면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며 “워크숍이 ‘나들이’라는 비난을 받은 점도 납득하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 외면만 하던 구의회 의원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할 때면 개인적으로 보람도 느꼈다”고 했다. 25일부터 시작할 예산안 심사 전에 여야가 화합하고 하나 돼 구정에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는 측면도 성과로 꼽으며 구민과 국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더불어 나들이는 아니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당장 구의회 홍보팀은 앞서 보도된 기사에서 외유성이라고 문제제기한 근거인 일정표가 초안이었으며 최종 일정표는 구의원 워크숍에 걸맞은 알찬 일정들로 채워졌다고 주장하며 일정표 최종본을 보내왔다.

수정된 일정에 따르면 보도가 나간 이후 외유성 일정들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 견학은 ‘JDC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방문으로, 용눈이오름 레일바이크 체험은 시장상권 활성화 방안연구를 위한 ‘제주 동문시장’으로 변경돼 있었다.

성산 일출봉 견학과 제주 성읍녹차마을, 녹차동굴 견학은 ‘2021 회계연도 예산안 심사 및 의원발의 조례안 발표의원 토론회’로 대체됐다. 13일에도 ▲신재생에너지홍보관 방문 ▲해녀박물관 견학 및 숨비소리길 산책일정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방문’과 ‘사회적기업 평화의마을(제주맘) 방문’으로 수정돼 있었다.

그러나 ‘최종’이라고 알려온 일정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웠다. 당장 둘째날 JDC 방문일정에 대해 JDC측은 “사전에 일정조율이나 방문요청이 없었으며 당일에도 공식적인 방문은 없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참관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확인결과, 셋째날인 ‘제주의회 방문’ 또한 제주시의회의 답변에 따르면 황주영 강동구의회 의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시의원을 통해 사전조율 없이 예정에 없던 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구 의회는 여타 기관 혹은 장소방문 일정들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전방문요청을 거절당하거나 당일까지 확답이 없는 등 조율에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구 행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과 식견을 얻을 수 있는 곳들로 최종 확정해 최대한 이행했다고 전했다.

방 위원장도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살피느라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고 사전조율이 안 됐다. 아예 받아주지 않는 곳들도 있었다. 이에 일단 초안을 작성하고 수차례 수정, 보완을 거쳤다”면서 “현장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다소 유동적이고 즉흥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여야 구의원들이 조례 개정안을 9건이나 들고와서 그간 받지 못했던 동료의원들의 동의서명을 받았다. 그 중 6건은 야당 의원들 것이었다. 게다가 향후 예산안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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