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어의 황망한 귀환···강릉 남대천 연어 관리 실태

강은혜 / 기사승인 : 2020-11-17 19: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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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 설치에도 불구 제구실 못 해···유량 확보 등 방안 마련 절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을 찾은 연어의 모습.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바야흐로 연어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맘때쯤 강원 강릉시 남대천은 산란을 위해 이곳을 찾은 연어들로 활기가 넘친다. 기자가 찾은 17일에도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연어는 알을 낳을 시기, 자신이 태어난 강을 찾아가는 '회귀성 어종'이다. 이 같은 귀환이 가능한 것은 자신이 태어난 강의 물 냄새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강릉과 양양 등 연어가 회귀하는 지역에는 주로 10~11월경 연어들이 돌아와 알을 낳는다. 

강릉시는 올해 3월 남대천에 한국수산자원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에서 받은 어린 연어 5만 마리를 방류했다. 연곡천에서만 하던 방류를 남대천까지 확대한 것은 2011년 이후 9년 만이다.

또 그간 다리 아래 막혀있는 '보'로 인해 연어가 상류로 올라갈 수 없다는 지적이 일자, 강릉교 아래를 비롯 100여개의 어도를 설치해 관리 중이다.

그러나 17일 기자가 강릉교 아래 어도를 확인한 결과, 이 어도를 이용하는 연어는 많지 않았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 강릉교에 설치된 어도. 어도를 이용하는 연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 강릉교에 설치된 어도.

오히려 어도 옆 높은 보를 넘기 위해 물살과 사투하는 연어의 수가 훨씬 많았다. 이들은 이 같은 사투 끝에 상류를 포기하고 강릉교 아래에 산란하거나, 죽음을 맞는다. 실제로 사체들도 여럿 보였다.

어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도 내 약한 물살로 인해 연어들이 상류로 가는 길목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거라고 진단한다.

최근 '부산 강 포럼'에서 연어 회귀가 갖는 의미에 대해 발제한 부산대학교 환경·에너지연구소 조현빈 박사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대부분의 어도는 '표준형'으로 유량의 차이에 따라 기능 편차가 크다.

동해로 흐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은 반건천 형태를 띠고, 특히 겨울철이 되면 건천화된다.
 
이 때문에 연어가 산란을 위해 하천을 찾는 11월경에는 유량이 급격히 감소해 어도가 제구실을 못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조 박사는 유량 확보 방안을 마련해 어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치어를 방류하는 것도 좋지만 돌아온 개체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릉교 아래 충분한 모래와 자갈이 있어, 불법 포획 감시와 수질 관리 등에만 애쓴다면 연어가 산란하는 장소로 크게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 인근에 연어의 불법 포획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설치돼있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에서 한 시민이 연어를 포획하고 있는 모습.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연어 불법 포획을 금한다는 현수막이 설치돼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민이 연어를 포획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 강릉교 인근 하수 배출로에서 오수가 방류되고 있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 강릉교 인근 하수 배출로에서 오수가 방류되고 있다.

또 연어 산란장 인근 하수 배출로를 통해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의 오수가 그대로 방류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불법 포획을 막기 위해 현수막을 설치하고 단속을 벌이고는 있지만 여건상 매일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단속 및 지도를 위해 좀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또 수질 관리에 대해서는 면밀히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강릉을 찾는 연어의 개체 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 차원에서 개체 수를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며 "수산자원관리공단 측에서 체크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답에 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수산자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올 초 있었던 방류에 대해서는 강릉시의 요청으로 지원한 것일 뿐"이라며 "남대천 연어 개체 관리까지 요청하는 것은 책임 전가"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는 현재 공식적으로 양양 남대천과 강릉 연곡천, 강원 고성 명파천과 북천 등 총 4개의 하천만 관리하고, 이곳을 찾는 연어 개체 수 등을 파악 중이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을 찾은 연어의 모습. 사체들도 눈에 띈다.

뾰족한 대책 없이 책임 문제로 방황하는 와중에도, 연어들은 산란을 위해 여전히 강릉 남대천을 찾고 있다. 

강릉대교 아래 연어들을 한참 쳐다보던 시민 이모씨는 "기껏 남대천까지 찾아왔는데 상류로 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연어를 보면 안쓰럽다"며 "상류로 갈 수 없다면 여기서라도 알을 낳고 잘 부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동계올림픽 이후 관광 인프라의 획기적인 도약을 위해 지난해 '올림픽 특구 종합 계획'에 대한 일반인 열람과 공청회 등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선 바 있다. 

경포 일원에서 진행하는 '녹색비즈니스 해양휴양지구'와 오죽헌 일대에 마련되는 '전통역사문화지구' 등 2가지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에는 '연어 테마파크 조성 사업'도 포함돼있다.
 
[강릉=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강원 강릉시 남대천 강릉교 인근에 연어 회귀지임을 알리는 팻말이 설치돼있다.

지역을 찾는 연어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우선돼야 테마파크 조성이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일이다.

kkangddo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