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와 공연으로 만나는 고음반…‘반세기 백년의 음악을 풀다’ 개최

기사승인 2020-11-27 15: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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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와 공연으로 만나는 고음반…‘반세기 백년의 음악을 풀다’ 개최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고(古)음반에 숨겨진 사연과 가수의 뒷얘기를 토크와 감상, 재현으로 풀어낸 ‘반(盤)세기-백년의 음악을 풀다 2020’ 공연이 온라인에서 관객을 만난다.

27일 주최 측에 따르면 ‘반세기-백년의 음악을 풀다 2020’은 28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다목적홀에서 무관객으로 열린다. 해당 공연 녹화본은 오는 12월15일 유튜브 ‘무형유산tv’를 통해 소개된다.

서울시 2020공연업 회생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날 공연에서는 현재까지 실물로 확인되는 여류 소리꾼의 첫 판소리 녹음 주인공인 서도소리명창 박월정(1901~?), 사랑에 실패하자 자결한 애인을 위해 무당소리를 배워 추모한 관우물골의 전설 이진홍(1905~1994),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복면가수로 불린 미스코리아(190?~198?)의 음반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박월정은 평남 강서 출신으로, 서도소리, 경기소리, 판소리, 시조가사에 두루 능통한 만능 소리꾼이다. 실물로 확인되는 여류 최초의 판소리 음반인 춘향가 중 기생점고(1925)를 비롯해, 몽중가, 동풍가 등을 녹음했으며, 1933년에는 춘향가를 연극기법으로 녹음한 창작판소리를 여럿 녹음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남성중심의 기존 판소리 판을 흔들며 판소리사에 많은 업적을 쌓은 박월정이 판소리사에서 이름 없이 잊힌 사연이 공개된다.

관우물골 명기 이진홍은 집안의 반대로 경성제대 출신인 애인과의 결혼이 어려워지고 급기야 애인이 목숨을 끊으면서, 권번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은 소리꾼이다. 애인을 위해 무당소리를 배워 결국 재기에는 성공하지만 평생을 홀로 살았다. 이진홍의 특장인 무당조 창부타령을 이번 공연에서 감상할 수 있다.

미스코리아는 평양출신 서도소리꾼 김추월의 재능을 알아본 콜럼비아레코드사가 일본의 복면가수 미스콜럼비아를 모델로 해 데뷔시킨 신민요가수로, 마의태자로 데뷔했다. 이후 태평레코드로 이적한 뒤에는 모란봉이라는 예명을 썼으며, 오늘날 경기민요로 알려진 신민요 궁초댕기를 불렀다. 이 궁초댕기는 1950년대 경기명창 김옥심에 의해 재현되면서 유명해졌다. 주최 측은 해방 후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던 미스코리아의 일부 행적을 확인하고 공연에서 소개한다.

이들이 남긴 소리는 서도소리꾼 유춘랑, 경기소리꾼 이선영, 판소리꾼 염경관군이 각각 재현한다.

먼저 한국예종에 재학 중인 염경관군은 박월정이 남긴 창작 판소리 항우와 우희(일명 패왕별희)를 재현한다. 우희가 항우 앞에서 자결하는 대목은 이 음반의 백미로 판소리 전통의 아니리가 아닌 연극톤으로 처리하는 아니리가 매우 독특하다. 패왕별희는 단종애곡과 함께 대표적인 박월정의 창작 판소리이며, 특히 단종애곡은 음반으로 취입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판소리이다.

이선영 명창은 이진홍 명창의 잡잡가 토끼화상을 재현하고, 창부타령을 부른다. 현재 활동하는 경기소리꾼가운데 가장 실력이 뛰어난 소리꾼으로 평가받는 이선영 명창은 이진홍, 김옥심, 남혜숙으로 이어지는 잡잡가를 배워, 경기도에서 전승하고 있다. 현재 성남시립국악단 민요수석을 맡고 있다.

인천에서 서도좌창을 전수하고 있는 유춘랑은 전승이 단절되었던 김춘홍 계통의 서도좌창 화용도를 재현한다. 김춘홍은 김추월과 함께 활동한 명콤비로 잡가에 능했다. 화용도는 적벽대전에 패한 조조가 화용도로 도망왔다가 관우에게 잡히지만, 관우의 도움으로 도망가는 대목을 그린 작품이다. 또한 현재는 경기민요로 알려진 미스코리아의 신민요 궁초댕기도 재현한다.

매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반세기’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국악평론가이자 이북5도 문화재위원 김문성(49)씨는 “반세기 공연은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관심도 높은 공연으로, 전통예술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다는 차별성 때문에 많은 호응을 받는 공연”이라며 “다만 공연을 1주일 앞둔 상태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돼 대면공연이 불가능해져, 부득의하게 온라인으로 만나게 되었다”며 향후 대면공연을 통해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