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지플랫 “인생의 첫 껍질을 벗고 있어요”

이은호 / 기사승인 : 2020-12-04 07:00:04
- + 인쇄

故 최진실 아들 최환희, 예명 '지플랫'으로 가수 데뷔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전 국민이 사랑한 유명인의 가족으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가수 지플랫(Z.Flat)은 “때론 큰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이뤄놓으신 것에 걸맞은 또 다른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겼어요.” 지플랫은 고(故) 최진실의 아들로 잘 알려진 최환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난달 20일 신곡 ‘디자이너’(Designer)로 데뷔한 그를 최근 서울 동교로8안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디자이너’는 지플랫이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한 이지리스닝 계열의 힙합곡이다. 앞서 그룹 디유닛 멤버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혼담이 피처링했다. 지플랫은 1년 전 ‘디자이너’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는 피아노 등 어쿠스틱 악기를 많이 써서 차분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노래였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데뷔곡으로 결정되면서 밝은 분위기로 편곡했다.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냐 물으니 지플랫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미소 지었다. “제가 자신 있는 느낌의 노래는 아니에요. 저는 감성이 짙고 텐션이 다운된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기 위해 입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던 소년은 어쩌다 음악에 빠졌을까. 시작은 학교 축제였다. 지플랫은 교내 힙합 동아리 친구들과 축제에서 공연했다가 무대의 맛에 푹 빠졌다. “관객의 ‘떼창’이 들리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그때부터 지플랫은 혼자 가사를 쓰거나 직접 만든 곡을 녹음하며 음악을 익혔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그룹 악뮤 ‘200%’, 워너원 ‘약속해요’ 등을 만든 프로듀서 로빈이다. 지플랫은 로빈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습작곡을 들려줬고, 이후 음악적인 교류를 이어오다가 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배우가 되겠다던 지플랫이 음악으로 진로를 바꾸자 주변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플랫은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복잡한 마음으로 ‘일단 시작해보자’하며 연기학원에 다녔는데, 내가 연기와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지난 6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플랫은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음악 활동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처음엔 당혹스러워하던 할머니도 지금은 지플랫의 진정성을 믿어주신다고 했다. 동생 최준희 양 역시 그의 든든한 응원군 가운데 한 명이다.

예명은 음악 용어에서 따왔다. 반음을 의미하는 플랫에 알파벳 Z를 붙인 이름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코드 ‘지플랫’처럼 자신도 기존에 없었던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원래 그가 쓰던 랩네임은 ‘하이 엘로’(High Ello)였다. ‘나는 높은 곳에서 논다’는 뜻의, ‘스웨그’를 담은 이름이었다. 예명을 쓰지 않고 본명인 ‘최환희’로 활동하는 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최진실 아들’로 알려진 이름이라서, 새 옷을 입는 느낌으로 예명을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플랫은 지금의 자신을 “탈피”라는 말로 표현했다. “곤충이 허물을 벗고 단단해지는 것처럼, 나도 내 인생에서 첫 번째 껍질을 벗고 2막을 시작하는 느낌”이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설 수 있는 무대는 제한적이지만, 지플랫은 여전히 뜨겁다. 당장 발매하고 싶은 노래만 10곡 가까이다. “음원사이트에 정식으로 내기까지 절차가 많더라고요. 발매 날짜도 예약해야 하고 심의도 있고…. 빨리 곡을 내고 싶어서 손이 떨리는데, 지금 참고 있는 중이에요. 하하.” 언젠가는 자신의 우상인 기리보이·창모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음악으로 위로받았듯 자신 또한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어려서부터 ‘최진실 아들’이라는 이유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 덕에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 명의 독립된 아티스트로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을 거란 걸 알아요. ‘최진실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20년을 살았는데, (지플랫으로 인정받기까지) 똑같이 20년이 걸릴 지도 모르죠. 다만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제 음악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요.”

wild37@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