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이름이 ‘보아’라면 [ID; Better]

기사승인 2020-12-05 08: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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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이름이 ‘보아’라면 [ID; Better]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대형 신인 가수, 혹은 신인 아이돌이 자주 쓰는 이 수식어에 가수 보아(BoA)만큼 잘 어울리는 가수가 있을까.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보아는 지난 1일 자신의 열 번째 정규앨범 ‘배터’(Better)를 발표하며 보컬부터 퍼포먼스, 작사·작곡까지 수준급으로 소화하는 현재진행형 완전체 가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보아를 여러 명의 멤버로 구성된 가상 그룹 ‘보아’라고 상상하며 멤버별 포지션과 특징, 쌓아온 성취를 정리해봤다.

 
그룹 이름이 ‘보아’라면 [ID; Better]
▲ 사진=SM엔터테인먼트

○ 메인보컬 보아

지난 1998년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게 노래로 발탁된 멤버. 데뷔 초부터 매력적인 음색과 넓은 음역대로 눈길을 끌었다. 2010년 6집 앨범 수록곡 '옆사람'을 녹음하며 “음정, 박자가 정확하다”고 극찬한 가수 김동률을 비롯해 다수의 가수, 작곡가, 보컬 트레이너들이 이 멤버의 가창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유독 라이브에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2~3시간 동안 진행되는 콘서트에서 퍼포먼스를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노래를 불러 자신이 메인보컬인 이유를 증명하기도. 데뷔 초 연습실에서 달리기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면 안정적인 보컬이 되기 위해 어떻게 연습해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 멤버는 데뷔 전부터 최근까지 보컬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는 것으로 알려진 노력형 천재다. 2018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리허설에서 노래를 못했다는 충격에 2시간 동안 발성 연습을 했고 이후에도 습관처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메인댄서 보아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시선을 끄는 것도 맞지만, 메인보컬 보아가 없었으면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보아’란 얘길 듣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룹 이름이 ‘보아’라면 [ID; Better]
▲ 사진=SM엔터테인먼트

○ 메인댄서 보아

지난 1998년 경기 구리시 한 백화점에서 춤 경연대회 무대에 잠시 올랐다가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 기회를 얻고 캐스팅 팀에 춤으로 발탁된 멤버. 데뷔 이후에도 일본과 미국의 세계적인 안무가들에게 댄스 트레이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정상급 춤 실력으로 국내 다른 가수, 댄서와 비교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2018년 XtvN ‘키워드#보아’에선 스스로 “운동화에 편한 옷 입고 모자 쓰고 춤 출 때가 제일 재밌다”고 언급하며 즐기는 천재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데뷔곡인 ‘아이디; 피스 비’(ID; Peace B)의 독무를 시작으로 보아의 타이틀곡 다수에 댄스 브레이크가 존재하는 건 이 멤버의 영향력이 크다. 안무도 대부분 고난도로 알려져 있다. '걸스 온 탑'에서 남성 댄서 등에 업히는 안무와 ‘우먼’의 물구나구서기 안무는 ‘보아니까’ 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또 많은 예능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JTBC ‘아는 형님’에서 자신의 특기를 안무 복사 능력이라고 적었고 즉석에서 트와이스의 ‘라이키’(Likey)를 재연해 감탄을 받았다. 2018년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에서도 소녀시대와 엑소의 안무를 즉석에서 복사해 ‘권복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보아를 비교불가 독보적인 그룹으로 만든 공로는 메인댄서 보아에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룹 이름이 ‘보아’라면 [ID; Better]
▲ 사진=SM엔터테인먼트

○ 싱어송라이터 보아

다른 멤버들보다 비교적 뒤늦게 주목받게 된 멤버. 2002년 3월 일본에서 발매한 1집 정규앨범 ‘리슨 투 마이 하트’의 수록곡 ‘낫띵스 고나 체인지’(Nothing’s gonna change)를 시작으로 꾸준히 자신의 앨범 수록곡 작사·작곡에 참여해왔다. 2010년 6집 타이틀곡 ‘허리케인 비너스’(Hurricane Venus)의 작사에 참여했고, 2012년 7집 타이틀곡 ‘온리 원’(Only One)을 작사·작곡한 것에 이어 8집 ‘키스 마이 립스’(Kiss My Lips)는 앨범 전곡을 작사·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 능력을 과시했다. 최근 발표한 10집 ‘배터’(Better)에도 그가 자작곡 세 곡, 작사곡 한 곡이 수록됐다. 2015년엔 소속사로부터 SM 루키즈의 곡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지난 1일 ‘배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멤버는 “자작곡에는 내 감정과 취향 등 모든 게 드러난다. 자식 같은 아이들”이라며 “(앨범 프로듀싱에) 40대쯤 한 번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10~20대 보아가 뛰어난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소화해 주목받았다면, 30대와 그 이후의 보아에겐 이 멤버의 자작곡이 주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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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 리더 보아

보아가 지금껏 쌓아올린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멤버. 만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한 당시부터 수많은 안티 팬에게 시달리고, 낯선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무리한 일정을 수년간 소화한 그룹. 그럼에도 보아가 주어진 모든 일을 해내고 위기를 극복하며 최정상의 자리를 수년간 지킬 수 있었던 건 이 멤버의 영향이 크다. 다른 멤버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금도 노래를 연습하고 새로운 춤을 공부하고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20년 동안 유지하는 것, 가수로서 좋은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잊지 않는 것, 데뷔 30주년을 맞이하기 위해 몸 관리를 약속하는 것 등 다른 그룹이 알아도 따라 하기 힘든 완벽주의 프로페셔널 마인드 역시 이 멤버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20주년을 맞은 최근까지 이 멤버의 마인드는 그대로다. 지난 2월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서 “해보지도 않고 ‘못해’라고 하는 건 너무 싫다”고 하는 이야기, 지난 2일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내 옆구리를 보고 나태해졌다고 느꼈다. 탄수화물을 거의 안 먹고 매일 8㎞를 뛰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보아가 왜 보아인지 되새기게 된다. 또 혹시 만나게 될 신인 아이돌 그룹의 이름과 멤버를 기억하기 위해 음악방송을 챙겨보며 공부한다는 이야기에 이르면 대체 이 멤버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음악적인 성공과 좋은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다른 멤버에 찾을 수 있지만, 지금의 보아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을 찾으려면 이 멤버를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그룹 이름이 ‘보아’라면 [ID; Better]
▲ 사진=Mnet

○ MC 보아, 배우 보아, 외국어 담당 보아, 기획사 이사 보아

지금까지 소개한 멤버로도 보아가 ‘역대급’, ‘올타임 레전드’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더 많은 멤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SBS ‘K팝스타’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SBS ‘더 팬’, Mnet ‘보이스 코리아 2020’에서 심사위원과 MC로 활약한 보아, 영화 ‘빅매치’와 ‘가을 우체국’, KBS2 ‘연애를 기대해’와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배우로 활약한 보아도 있다. 데뷔 당시 보컬과 댄스 멤버보다 더 많은 트레이닝을 받으며 영어와 일본어를 현지인처럼 할 수 있게 된 외국어 담당 보아와 20년 동안 함께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현직 이사로 자신을 발탁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회사 이야기를 나누는 보아도 있다. 멤버수가 많은 덕분에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아주 짧은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것으로 ‘맞다, 보아가 원래 가수였지’라고, 능숙한 일본어를 들으며 ‘맞다, 보아가 일본에서 활동했다’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들도 있다. 더 충격적인 건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멤버가 남아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20년 동안 봤지만 아직 우린 이 그룹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데뷔 30주년에도 화려한 퍼포먼스로 컴백할 것이 분명한 보아를 기다려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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