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은 엄연한 질환… ‘화농성한선염’ 치료 접근성 높여야”

기사승인 2020-12-10 09:10:02
- + 인쇄
“여드름은 엄연한 질환… ‘화농성한선염’ 치료 접근성 높여야”
▲이미우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여드름은 누구나 겪는 사소한 질환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적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을 상당히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이미우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드름이 정식 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9월 신임 대한여드름주사학회장으로 취임, 여드름성 질환에 대한 연구와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이끄는 대한여드름주사학회는 지난 2003년 대한여드름학회로 창립, 올해 명칭을 변경했다. 학회는 여드름을 비롯해 주사피부염, 지루피부염, 화농성한선염 등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피부질환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이 교수에게서 여드름을 비롯한 염증성 피부 질환의 증상과 치료 과정을 들었다.

사소한 질환으로 치부되는 여드름,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여드름은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또 사춘기에 심하지 않게 났다가 저절로 사라질 정도의 여드름이라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드름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흉터도 남게 된다. 염증의 정도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드름 이외의 다른 염증성 피부질환들은 자연스럽게 저절로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 방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학회에서 주로 연구하는 염증성 피부 질환은?

여드름을 비롯해 지루피부염, 주사피부염, 화농성한선염 등 4가지 질환을 주로 연구한다. 이 가운데 주사피부염과 화농성한선염의 경우 모두 여드름보다 정도가 심한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주사피부염은 여드름보다 더 광범위한 연령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얼굴에 나타나는 만성 염증이다. 여드름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사피부염은 나이가 들어도 호전이 되지 않는다. 또 한번 발생하면 반복적으로 영구히 진행된다. 그래서 주사피부염이 여드름보다 삶의 질에 더 많은 타격을 준다. 40~50대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10~20대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화농성한선염은 몸에 발생하는 심한 염증으로, 얼굴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여드름과 주사피부염은 크기가 작은 염증을 발생시키는 반면, 화농성한선염은 종기같이 큰 염증을 유발한다. 주로 사춘기쯤 발병해 20~30대가 지나도록 오래 지속되다가 50대가 되어야 증상이 약해진다. 외부 환경보다는 체질적 요인이 발병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화농성한선염, 몸에만 나타나는 여드름인지?

화농성한선염은 몸의 특정한 위치에 반복적으로 심하게 발생하는 종기와 같은 여드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일반적인 여드름이나 주사피부염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환자 발생 빈도수가 훨씬 적고, 발생하는 사람마다 특이성이 있다. 겨드랑이, 엉덩이, 성기 주변 등에 흔하게 발생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등, 배, 허벅지 등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환자들의 고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몸에 큰 고름성 여드름이 생기면, 우선 통증이 심하다. 게다가 이런 여드름이 반복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옷을 입기도 불편하다. 또 염증 발생 부위에 따라 앉거나 누울 때 압력이 가해지면, 계속 진물이나 고름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종기에서 냄새가 날 수도 있어서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인식적 한계를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피부 질환은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이 크지만, 미용 분야에 속하는 것으로 오해되기 쉽다. 다행히 화농성한선염의 경우 병의 정도를 경도-중등도-중증으로 나눠 분류할 수 있게 됐다. 내년 1월1일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병의 중증도를 구분하고, 정도에 따라 올바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여드름 치료는 염증 조절이 기본이다. 질환과 상태에 따라 사용하는 약에 차이가 있다. 여드름은 항생제와 비타민A 유도체를 복용하며 국소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사피부염은 항생제 복용이 기본이다. 다만, 환자의 피부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약 복용뿐만 아니라 피부 관리 방법, 세안 방법, 화장품 선택 방법 등에 대한 지도가 중요하다.

화농성한선염도 항생제가 중요하게 쓰인다. 중증 환자에게는 TNF-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쓰인다. TNF-알파 억제제는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으로, 기존 약물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중증의 환자에게 사용된다. 다만, 화농성한선염은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높은 약제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올해 질병코드가 분류된 만큼, 앞으로 환자 수 파악과 지원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한다.

염증성 피부질환,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치료 지속, 두 가지 요소가 질환 극복의 핵심이다.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장기간 증상을 관리해야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환자는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치료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여드름은 한번에 완치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치료를 하면 증상이 한 번에 사라질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하는 환자가 많다. 염증이 반복돼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화농성한선염의 경우, 환자가 질환에 대해 아예 알고 있지 못해 조기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학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화농성한선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와 소통하고자 노력 중이다. 환자가 홈페이지에 질문글을 남기면, 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질문에 직접 답변을 작성하고 있다. 앞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온라인 소통·교육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castleowner@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