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後] 부정인식 전환 성공한 게임업계, '온택트' 시대 이끈다

기사승인 2021-01-06 06: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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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後] 부정인식 전환 성공한 게임업계, '온택트' 시대 이끈다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각된 게임산업은 신축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비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를 넘어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인 '온택트' 시대에 높은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한해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게임을 즐기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부정적인 시선도 긍정적인 반응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코로나 1년後] 부정인식 전환 성공한 게임업계, '온택트' 시대 이끈다
▲사진=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연합뉴스

◇ WHO, '게임억압'에서 '게임장려'로


WHO는 2019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6C51’이라는 질병코드로 분류한 바 있다. 게임 이용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 등에 따라 게임 과몰입의 판정 기준에 반영한 것이다. 통제 불능의 상태로 12개월 간 과몰입 상태가 지속되면 질병으로 본다는 것. 게임 업계는 이를 두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WHO의 강경한 기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게임중독'을 질병이라 규정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단으로 게임을 장려했다.

아직까지 WHO는 ‘게임=질병’의 재논의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은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번 캠페인과 관련해 게임이 자가격리의 효과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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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20 지스타. 강한결 기자

◇ 게임산업, 비대면 흐름에 적응한 온라인 행사 개최


전분야의 산업을 강타한 코로나19는 게임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면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게임 출시 전 진행된 미디어 쇼케이스, 유저 간담회 등의 행사가 대거 취소됐다.

이후 오프라인 행사는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다. 게임사는 줌을 통한 미디어 쇼케이스, 유튜브를 통한 유저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의 온라인 행사를 진행했고, 게이머들도 이에 빠르게 적응했다.

아울러 한국 최고의 게임쇼인 '지스타'도 사상 최초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지스타는 트위치를 통해 중계됐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련 영상을 업로드하며 유저들과 소통했다. 대표적인 게임 행사인 넥슨의 '네코제',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 역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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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넥슨

◇ 1020에서 3040까지 넓어진 게이머 연령층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이후 재택근무 체계로 전환한 기업이 증가했다. 또한 야외활동 대신 실내활동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로 인해 미디어 서비스 이용자 폭증했다.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인구도 증가했는데, 주목할 점은 이전과 다르게 다양한 연령층이 게임을 즐겼다는 것이다.

2020년 최고의 히트작으로 평가받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닌텐도 신드롬을 불러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심적으로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이 게임은 5일 기준으로 2604만장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닌텐도 최다 판매 기록작인 '마리오 카트 8 디럭트'를 추격하고 있다.

아울러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를 견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닌텐도 스위치는 총 6830만 대가 팔렸다. 이 가운데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인기를 끌었던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약 1200만대의 스위치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됐다. 2020년 국내 최고의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카러플)'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올해의 베스트 게임'으로 선정됐다. 누적 유저수 역시 20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카러플'은 10대부터 40대까지 넓은 연령층을 사로잡으며 '국민게임'이라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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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담원 게이밍. 라이엇게임즈 제공.

◇ 기성 스포츠 넘보는 e스포츠의 부상

게임산업이 부상하면서, 동시에 e스포츠의 위상도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야구·축구 등 기성 스포츠가 올스톱되는 상황에서도 비대면의 강점을 가진 e스포츠는 문제없이 진행됐다.

e스포츠에 보수적이던 북미·유럽 거대 베팅업체도 e스포츠 상품을 추가하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용자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e스포츠를 결합하는 시도도 늘어났다. 지난해 3월 F1은 연기된 바레인 그랑프리를 게임으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실제 F1 드라이버와 게스트가 참여했고, 전미스톡카경주협회(NASCAR)도 F1과 마찬가지로 현역이 참가하는 게임 대회를 열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시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한국e스포츠협회와 손을 잡고 넥슨의 온라인 축구 게임 ‘피파 온라인’으로 eK리그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전국 22개 K리그 구단을 거점으로 해 ‘한국 최고 eK구단’을 가리는 자리로, 프로축구연맹 소속 구단이 모두 참여했다. 아울러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는 연말을 맞아 스페셜 매치인 ‘LoL : 협곡의 선수들(KBA)’을 열기도 했다. 

e스포츠가 기성 프로스포츠와 동등한 위치에 오르는 것을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꼽히는 LoL e스포츠의 경우 ‘2020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분당 평균 시청자 수가 전년 대비 87% 증가한 360만 명을 기록했다. 

아울러 2018년 시범종목으로 선정된 e스포츠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e스포츠에 대한 위상이 점차 증가하면서 경제적 가치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업체 뉴주에서 발행한 ‘2020 글로벌 e스포츠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규모는 9억5060만 달러(1조96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8억6500만 달러 대비 9.9%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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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 2021년도 게임산업은 파란불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이 감소하면서 게임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게임산업은 매년 꾸준히 우상향곡선을 그리며 성장중이다. 국내 시장 규모의 경우 지난해 17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66억5778만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해 연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7조7606억원 규모다.

이같은 견조한 성장을 주도한 것은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과 크래프톤,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 매출 상위업체다. 국내 게임업체 처음으로 시가총액 30조원을 넘어선 넥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532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20년 총 매출은 3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도 지난해 2조5000억원을 벌어들여 역대 매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도 모바일 게임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으로 매출 2조원 돌파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코로나 1년後] 부정인식 전환 성공한 게임업계, '온택트' 시대 이끈다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2021년에도 청신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 연말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한한령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외자판호를 받았다. 이에 따라 몇년째 막혀있던 대륙 수출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긍정적 기류가 퍼진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게임주를 신축년 새해 주목할 테마로 꼽아왔다. 지난 12월 신한금융투자는 ‘2021년 주목할 테마’ 보고서를 통해 게임, IT기술주, 콘텐츠, 태양광 등이 내년도 증시를 주도하는 테마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게임주는 코로나 여파가 극심했던 지난해 3월 코스피 방어주로 부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게임을 산업이 아닌 단순히 여가로 여기는 의견이 많았고, 이마저도 긍정적 여론보다는 부정적 여론이 더욱 컸다"며 "하지만 지난해 게임산업의 가치가 인정받고 코로나 여파에서 온택트 산업의 첨병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긍정적인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