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땐 죽는다"...처방전·치료제 챙기는 중증질환자들

3차 대유행에 '코로나 공포' ...클로로퀸 '예방 효과' 허위정보 확산도

기사승인 2021-01-08 03: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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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자 및 중증질환자들 사이에서 치료제와 상비약을 쟁여두고 코로나19 대응지침을 살피는 등 확진 사태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병상 및 의료인력 부족사태로 코호트 격리 조치된 요양병원에서 사망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확진 땐 큰일난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불안감을 틈탄 가짜정보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말라리아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항염증약인 덱타메타손 등이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허위정보가 온라인상에서 돌면서 실제 환자들의 약국 방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제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며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조제·판매하는 행위나 온라인 판매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경고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들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없이 구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으로, 임의 복용 시 부작용 우려가 높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암환자들은 좌불안석이다. 최근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로 병원 방문을 줄이는 환자들도 있다. 또 확진 시에 중증환자들이 특성에 맞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불안정한 상황에 접어드니 가짜정보에 현혹되는 사태가 벌어지듯 하다. 이런 때일수록 환자들의 행동지침 등 정보제공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실제 중증질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면역기능이 낮기 때문에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 사망자 1000명이 넘은 상황에서 기저질환자는 90% 이상으로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는 희귀중증질환 등 특수 질환 전문 의료진이 상주할 가능성이 낮고, 코로나 외 타 질환 진료를 제공할 여건이 안 되는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위험이 더 크다.

암환자의 경우 코로나19에 확진되면 비응급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기존 암치료가 전면 중단된다. 항암치료의 경우 면역력을 떨어뜨려 합병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중단해야 하고, 방사선치료도 다른 암환자와의 교차감염 우려가 있어 지속하기 어렵다. 응급수술 또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계획 하에 진행될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심병용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환자들은 면역력이 낮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 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감염 상황에서 항암제를 쓰면 코로나가 더욱 악화할 수 있고, 방사선치료도 어렵기 때문에 암치료 전반이 중단되고 코로나 치료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진되면 반드시 기존 주치의와 상의해 치료지연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으므로 보건소 담당자에 병원입원을 요청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회복 후에도 재발할 수 있으므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코로나19 확진 시 대응 지침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사례도 나왔다. 심우석 대한통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은 “아직 통증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 경우는 없지만 환자들 사이에서 확진 시 대응지침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준비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심 회장은 “통증질환 중에서는 암성통증환자들, 그리고 척추강내 약물주입기 등을 달고 계신 분들이 코로나19 확진 시 기존 치료가 제한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특수한 상황의 환자에 대한 대응방안을 비롯해 감염을 줄이면서 치료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거리두기”라며 “초기 통증질환자들의 경우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병원에서 감염되는 경우 많고, 비상 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하기 때문에 한 병원을 정해놓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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