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도와 다르게 읽힌 말… 사과가 그렇게 어렵나

노상우 / 기사승인 : 2021-01-21 02: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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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자신이 꺼낸 말이 의도와 다르다 할지라도, 충분히 오해를 살만했다면 사과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한 재발방지 대책으로 한 말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입양 아동과 맞지 않는 경우 등 아이를 바꾼다든지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회견을 들으면서도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이었다. 곧장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니 “동물 입양도 이렇게는 안 하지 않나”, “자식은 반품이 되는 물건이 아니다”, “입양제도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도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라는 등 비판이 이어졌다.

19일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추진’ 브리핑을 하면서 가장 중시했던 건 입양을 아동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양 전 위탁은 예비 입양부모에 대한 자격 적합성 검증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된다. 최종적인 평가과정으로서 예비 입양 부모가 해당 아동을 적절히 양육할 능력이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입양철회가 있을 수 있지만, 아동 최선의 이익 관점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고 해당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이후에 최후의 방법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과 사뭇 다른 뉘앙스로 느껴지지 않는가. 논란이 이어지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취지가 왜곡됐다. 사전위탁보호제를 말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전체 맥락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복지부는 아동의 입장에서, 최대한 아동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입양 전 위탁제도를 설명했다. 또 해당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이후 최후의 방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입양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입양 부모의 관점에서만 접근한 게 아닌가 싶다. 사전위탁보호제도 역시 예비 입양 부모가 아동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입양 아동과 맞지 않는 경우 아이를 바꾼다든지’ 라는 발언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비록 문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지만, 정부는 착실하게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듯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느낀다. 청와대는 20일 ‘16개월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올라온 국민청원에 답변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학대 피해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서 경찰의 최고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다시는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 쇄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가슴 아파할 국민도 분명히 있다. 의도와 다르게 곡해됐다는 해명 말고 좀 더 명확한 말로 국민들을 안심시켜주길 바란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