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 중고’ 코로나 학번의 고충, 올해도 재현되나

최은희 / 기사승인 : 2021-01-26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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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교정을 걷고 있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 “후배들 만나서 잘해주고 싶지만 무능한 ‘코로나 학번’이라 아는 게 없어요”

올해 성신여자대학교 2학년이 된 최지원(21·여)씨는 최근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반쪽짜리 대학생활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최씨는 “20학번들은 스스로를 ‘미개봉 중고품’이라 부른다”며 “21학번이 들어와도 해줄 조언이 없다”라며 토로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교 2학년 학생들이 여전히 대학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제대로 대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도 걱정이 크다. 

지난해 20학번 학생들은 새내기 낭만을 누리지 못했다. 치열한 대입 전쟁 끝에 기대감을 안고 입학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새내기배움터나 오리엔테이션, 입학식이 전부 취소됐기 때문이다. 동아리나 학회 활동 등 각종 소모임도 마찬가지다. 강의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2학년이 된 올해에도 그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생이 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동기나 선배를 만난 시간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2학년생들의 하소연이다. 비대면으로만 활동이 진행되니 소속감과 흥미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지희(21·여)씨는 “대학교에 소속감이 안 들어서 동기들 사귀는 게 고민인 친구도 많다”라며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학교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애들이 많다. 2학년 올라와서야 동기를 사귀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불만족스러운 대학 생활로 20학번 중에는 일찌감치 새내기 생활을 접고 반수나 군입대를 선택한 사례도 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김준영(21)씨는 1학년 상반기만 마치고 입대를 선택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며 다니느니 이참에 입대하겠다는 취지다. 경희대 공대에 재학 중인 김예빈(21·여)씨는 “친해진 동기들이 거의 다 군입대를 해 남은 학생들이 거의 없다”며 “신입생들에게 해줄 조언은 교수님 동영상 강의 소리가 작다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캠퍼스 낭만이 사라진 선배들을 보며, 입학을 앞둔 21학번의 걱정은 크다. 코로나19 사태는 지난해 말부터 역대 최고 확진자 수를 기록하면서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대면 강의와 취소된 행사 등 이번 연도 상황도 지난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명지대학교 음대에 입학 예정인 이지훈(24)는 “다른 신입생 보다 대학 진학이 늦은 만큼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가 큰데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걱정”이라며 “학과 특성상 선배들의 지도가 실력 향상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선배들과 관계가 단절되어 조언을 얻지 못할까 두렵다”라고 했다.

대학 측은 신입생의 대학 생활 적응을 돕고자 선·후배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선배들과 화상통화를 진행하는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신입생들이 온라인으로 대학 캠퍼스를 구경하거나, 강의를 들어볼 수 있도록 해 적응을 돕는 취지다.

성신여대도 신입생들의 인사가 담긴 영상 메시지를 제작해 비대면 입학식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함께 공부할 동기, 선후배 간에 이렇게라도 인사를 주고받자는 취지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hoeun23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