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분출구 된 온라인…피해자의 유일한 창구였다

기사승인 2021-02-24 0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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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분출구 된 온라인…피해자의 유일한 창구였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학교를 졸업해도 폭력의 기억은 이어졌다. 유명인이 된 가해자를 마주할 때마다 상처는 깊어졌다.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 온라인을 통한 폭로를 결심했다”


최근 연예·스포츠계 유명인을 둘러싼 ‘학교폭력(학폭)’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대다수는 온라인을 통한 폭로를 택했다. 한 피해자가 구체적인 증언이 담긴 글을 올리면 제2, 제3의 피해자들이 추가 폭로글을 남기는 식이다. 

피해자들이 과거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난 사안이기 때문에 ‘입증의 장벽’에 부딪힌다. 일부 팬들은 피해자를 향해 증거를 요구하며 악성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소속사는 구체적 해명 없이 사실무근·강경 대응 입장으로 일관한다. 자칫 명예훼손 같은 법적 문제에 휘말릴 위험도 있다. 

하지만 폭로는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왜 온라인상에서의 고발을 택할 수 밖에 없을까. 피해자는 온라인상 폭로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침묵했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유명 여배우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는 22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벌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학교폭력이라는 특성 자체가 오래 지났고 증거라고 할 게 마땅치 않다”라며 “10년 전인 당시엔 녹취나 동영상 촬영이 보편화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많은 학교폭력 피해자는 아픔을 잊고 살다가도 며칠에서 몇 주, 몇 년간을 고통 속에서 산다”라며 “우연히라도 보기 싫은 가해자를 매체에서 보게 되니, 참을 수 없어 온라인 폭로를 택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의 대응이 연쇄 폭로를 촉발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학교 폭력 피해자 B씨는 “‘사실무근’이라는 소속사 대응은 피해자를 더욱 자극시킬 뿐”이라며 “가해자가 학교폭력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온라인을 통한 무분별한 폭로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사회 자정작용을 불러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 비난을 목적으로 허위 폭로를 할 소지가 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푸른나무재단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온라인상 폭로는 학폭 피해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유명해진 가해자들과 의도치 않게 마주하면서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그간 묻어온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용기를 낸 것”이라며 “공론화된 만큼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eun231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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