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재' 노동자 생명에 예의 없는 것들

윤은식 / 기사승인 : 2021-02-24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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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지난 22일 국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산업재해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 증인으로 대부분 산업재해 사망자나 부상자가 나온 기업의 수장들이 참석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포스코 건설에서는 19명의 노동자가 대우건설 14명, 현대건설 12명, GS건설 11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최근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도 화학물질 유출로 노동자 6명이 크게 다쳤다.

그동안 노동자 안전에는 뒷짐으로 서며 말로만 재발 방지 노력을 다하겠다는 기업 수장들은 이번 만큼은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다. 허리가 아프다며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려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두 번이나 허리를 굽혀 사죄했다. 하지만 이들은 책임 만큼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 실질적으로 불안전한 상태하고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국회의원의 지적이 있자 한 대표이사는 말솜씨가 부족한 탓이라며 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청문회서도 조차 이들 기업인들이 노동자들 생명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는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욱이 산재 발생을 지적하는 의원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은 눈꼴사나웠다. 사죄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쓰러진 노동자들에게 향해야 하는데 말이다.

청문회를 지켜보는 내내 한국타이어가 맴돌았다. 2007년 노동자 집단 사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노동자 죽음의 공장'이란 불명예를 쓰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왜 안나왔을까'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노동자 집단사망이 세상에 드러나고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열악한 공장작업환경이 노동자 죽음으로 몰아갔다며 정당한 보상과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한국타이어는 회사의 명예와 업무를 방해했다며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지방법원 제10민사부는 근로자들의 사망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유가족들의 권리보호와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이나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된 것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며 유족들의 '죽음의 공장', '억울하게 죽어간 내 아들' 등의 표현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사망과 관련해 무수히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유가족들은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을 막기 위해 한국타이어가 퇴직을 종용하고 합의금을 제시했다고 증언한다.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의혹이 제기된지 10년 만인 2018년. 이 사건이 국정감사에 올랐지만 한국타이어는 노동자 사망과 회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한국타이어는 돌아가신 분 대부분은 자살·교통사고 등 개인성이 대부분이고 직무연관성은 일부분 일부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일부 사람들이 주장해서 언론에 나온 것 처럼 회사가 다 사망시켰다는 터무니없는 주장만큼은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다고 했다.

3년 전 국정감사 때나 사상 처음 열린 산재청문회 때나 '노동자들 생명'에 대한 예의는 없었다.

어쨌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노동자들의 안전이 최우선 당면 과제로 떠오른 지금. 정치권은 노동자 안전을 표심의 도구로 삼지 않고, 기업은 더는 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일이 없는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에 진정성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