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주고, 연장하고, 메워봐도…꽁꽁 얼어붙은 면세업계

기사승인 2021-03-03 05: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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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주고, 연장하고, 메워봐도…꽁꽁 얼어붙은 면세업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국내 면세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은 봄이 다가오며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하늘길이 막힌 면세점들은 여전히 암담한 상황이다. 업계는 ‘면세품 시중 판매’ 등 정부 지원책에 대해 감사함을 나타내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방문객 수는 지난 1월 40만명대가 붕괴되며 좀처럼 회복하지 않고 있다. 1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총 34만3983명(내국인 28만4356명, 외국인 5만962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이래 최저다.

지난해 1월 383만7445명에 이르렀던 면세점 방문객 수는 1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내외 방문객 수는 지난해 2월 175만4175만명, 3월 58만7879명으로 감소한 뒤 4월에는 35만4362명까지 떨어졌다, 방문객 수는 이후 다소 반등하며 작년 연말까지 40만~60만명 선을 오르내렸으나 올해 1월 다시 30만명대로 내려간 것이다. 

면세업계는 겨울철 제주도 관광객이 감소한 데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장 등 재유행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가 간 이동에 제약이 생긴 탓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의 입출국이 코로나19 진단 검사 강화로 까다로워지며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하늘길이 닫히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입찰이 3번 연속 유찰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규모 공실 우려에 기존 면세점 사업자(신세계·현대백화점·경복궁)의 매장 면적을 확대해 빈 공간을 메우는 조치까지 감행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항 면세점은 업계가 치열한 입점 경쟁을 벌이던 꿈의 무대로 불려왔던 곳이다. 

정부도 위기에 빠진 면세업계를 위해 여러 방면의 지원을 고심 중이다. 최근에는 면세 업계의 특허수수료를 50% 감경했다. ‘특허수수료’란 정부가 면세점에 독점적 권리를 주는 대신, 행정 관리비용 징수 감면된 조세의 사회 환원 등을 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 조치로 면세업계는 최대 250억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재고 면세품 시중 판매를 무기한으로 연장했고,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객의 면세 쇼핑도 허용했다. 해외 여행객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내수 판매로 활로를 열어주려던 의도였다. 

다만 업계는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대책보다도 장기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유엔 세계관광기구는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상용화해도 전 세계 여행객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최소 2년 6개월에서 최대 4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품 내수 판매 허용과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등 지원책은 코로나19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현행 600달러인 면세점 구매 한도 인상 등 업계 전반에 활기를 돌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허수수료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라고 평했다.

ist107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