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노조설립 가능할까

노상우 / 기사승인 : 2021-03-04 05:00:18
- + 인쇄

기업별 노조 아닌 직종노조 선택… 여전히 60%이상 최저임금 이하 받고 있어

지난 2월8일 제1차 간호조무사 노조설립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간호조무사 직종 노조 설립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대한간호조무사협회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지난 2015년부터 간호조무사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간무협은 이에 직종노조 설립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지난 2015년부터 간무협은 ‘임금·근로 조건 실태조사’를 통해 여태껏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던 열악한 간호조무사의 근로 환경 등의 문제를 이슈화시켜왔다. 지난해까지 총 6번의 결과발표가 있었지만, 여전히 10명 중 6명 이상이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협회에서 건의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느리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간무협은 직종노조를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 노조 추진위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뤄졌다.

이후, 2월8일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제1차 간호조무사 노조설립 추진위원회 회의’를 진행해 추진위원회 출범을 공식 선언하고, 간호조무사 직종노조 설립과 관련한 계획과 방향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은 기업별 노조로 구성돼 있고, 노동법상 교섭권도 기업 단위로 진행돼 있어 임금협상도 기업별 노조가 수월하다. 그런데도 간무협은 직종노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간호조무사 대부분이 소규모의 의원급의료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니 처우가 열악한 곳도 많다.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선 기업별 노조보다는 직종노조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등 간호조무사의 처우와 관련한 법을 지키게 하고, 임금 교섭을 안착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별교섭을 통해 협약을 맺고, 일정 수 이상이 되면 집단교섭의 형태, 사회적 교섭 형태로까지 나아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간무협은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공론화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고 현장의 간호조무사들을 위해서 노조가 움직이는게 맞다고 판단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한 명의 간호조무사를 위해서 협회는 개별단위로 대응하기 어렵지만, 노조는 법으로도 보장돼 직접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는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보다 적합하기 때문이다

전동환 간무협 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는 관리자가 없는 직종으로 내부 갈등이 생길 구조가 아니다”리며 “역할분담을 잘 하게 된다면 인적구성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간호조무사란 직업 특성상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다. 노조를 만들었다가 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설립까지 이어지기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다보니 조직화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고, 평생 이 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간호조무사도 많지 않다. 또 평생 직업으로 간호조무사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기도 하다.

전 실장은 “2018년부터 임금·근로 실태조사에서 노조설립 필요성과 가입 의사를 물었는데 60% 이상이 가입하겠다고 답했다”며 “성과를 보여주고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가능성을 보인다면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 차근차근 조직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의원급, 소규모 단위에서 실제로 임금 교섭 등을 성사시켜 작더라도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간무협은 오는 4월부터 500~1000명 목표로 노조 발기인 모집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성과를 보고 노조설립 추진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목표로 진행 중이다. 다만,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한 이가 80만명이 넘고 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인원도 15만명에 달해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듯 보인다.

전 실장은 “큰 틀에서 기업별 노조는 정체 상태라고 생각한다. 더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훨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조직화하기도 힘들다. 직종노조를 통해 불이 어느 정도 붙는다면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방식의 새로운 변화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기대했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