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변이유전자 타깃한 ‘신약 임상’…정부 지원 아쉬워 

예산 줄어 임상연구도 빠듯, 사업 기간 연장 논의 필요

기사승인 2021-03-05 04: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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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변이유전자 타깃한 ‘신약 임상’…정부 지원 아쉬워 
김열홍 고려대학교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사업(이하 K-MASTER사업단) 단장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전국 암환자들의 데이터를 모아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지원하는 대규모 임상시험 지원사업이 4년째 진행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암환자 1만명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환자의 맞춤치료 기회를 넓히고 있지만 사업기간 종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가 예산마저 매년 줄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사업(이하 K-MASTER사업단)을 주도하는 김열홍 단장(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은 “정부사업의 아쉬운 점은 기간을 정해놓는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임상시험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효과가 좋을수록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5년짜리 사업인데 아직 후속연구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암환자 ‘유전자변이’ 분석해 신약 임상시험 매칭

K-MASTER사업단은 2017년 6월 국가의료 R&D 연구사업단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있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 사업단이다. 암환자에게 첨단 정밀의료 진단 및 치료법을 제공하고 미래 전략산업을 육성하고자 기획됐다.

사업단은 정밀의료 실현을 위해 암환자들의 ‘변이유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김 단장은 “일반적으로 다른 병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지 않지만 암만큼은 특정부위에 있는 세포가 여러 손상으로 인해 변하게 된다”며 “특히 비슷한 암종에서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 유전자 변이를 타깃한 신약 개발이 이뤄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최근 드물게 발견되고 있는 유전자변이가 다양한 암종에서 골고루 나오고 있어 신약개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암종에 상관없이 같은 유전자변이가 있을 경우 그에 맞는 약을 쓸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유전자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서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아야 한다. 사업단은 그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의 신약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으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임상시험 기회도 같이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국가차원의 유전체 분석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전국 56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각 병원에서 등록한 환자의 조직과 혈액 샘플이 사업단 유전체검사부에 배송되면 사업단은 유전체를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임상시험을 매칭하고 표적치료제 등의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분석된 유전체 정보는 암종별, 유전자별, 변이별로 검색 및 시각화해 보여줄 수 있도록 데이터공유시스템(K-MASTER Portal System)으로 구축해 공개하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 1월까지 총 8695명의 암 환자를 등록해 이 중 8271명의 유전체 프로파일링을 수행하고 7902건의 유전체 분석결과 리포트를 확보했다. 또 올해 3000명을 추가로 등록‧분석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암환자 1만명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유전체 분석결과를 연계한 임상시험은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위암, 침샘관암 등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총 20건을 진행하고 있다.

◇ 연구비 사용 제한에 임상약도 제약사가 제공 

연간 약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정부사업이지만 사업 진행 자체는 제약사의 참여 여부에 달렸다. 국가 예산이기 때문에 연구비 사용이 제한될 뿐더러 임상시험에 쓰이는 약도 제약사에서 무료로 제공해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해 제약사에서 소극적으로 나서면 그만큼 연구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사업 시작 후 4년 반 동안 투입된 예산은 약 400억원 정도”라면서도 “매년 유전체 분석에 25~35임상시험에 35암데이터 구축에 15사업단 운영에 10억원 정도가 쓰인다임상시험을 수행하기에도 부족한 예산인데 예산 기획 당시에는 1383억원을 요구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430억원으로 배정됐고 연구비도 실제로 배정된  보면  30억원 정도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연구비가 세금으로 지원되는 거라 특정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사용처가 제한된다. 임상시험 약은 제약사를 통해 제공받아야 하고, 외국에서 약이 들어올 때 관세 같은 것도 제약사가 대주지 않으면 감당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 약을 받기 위해 제약사와 밀고 당기기를 하는 중이다. 임상결과가 좋게 나오면 제약사 입장에서도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실망스러운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하면 안하겠다고 하는 회사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 단장은 곧 종료되는 사업 연장 여부부터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임상시험은 계획을 세우고 약을 받아서 환자에게 투여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약 효과가 좋으면 1년 이상씩 유지되기도 한다”며 “이 과제는 5년짜리다. 즉, 마지막 참여자의 임상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종료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반기면 1만명의 유전체 분석이 완료되는데 그 1만명이라는 숫자도 충분한지 알 수 없다. 외국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시험 매칭 수요가 늘면서 후속사업으로 연계하는데 우리는 기간을 정해 놓고 후속지원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시험은 신약접근성을 높이는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재정을 확대해 보험급여를 적용해도 한계가 있다”며 “이런 임상시험이 가능한 많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