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콘서트 잔혹사③]

기사승인 2021-03-20 0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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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콘서트 잔혹사③]
▲ 액션캠을 활용한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의 온라인 공연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보이그룹 다크비는 지난해 2월 데뷔해 세 장의 미니음반을 냈지만 팬들을 직접 만난 건 단 한 번 뿐이다. 데뷔 직후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모든 음반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다크비만 그런 게 아니다. 엔하이픈, 트레저, 에스파, 위클리 등 지난해 데뷔한 신인그룹 대부분 팬들과 온라인으로만 소통하고 있다. 대면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찾은 활동 방식이지만, 현장감을 공유할 수 없는 탓에 가수와 팬 모두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발생으로 비대면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은 지 벌써 1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로 오프라인 콘서트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온라인 공연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획사들의 움직임이 지난 한 해 계속됐다. SM엔터테인먼트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획사들은 유력 플랫폼을 가진 IT회사와 손잡고 온라인 공연 브랜딩에 힘썼다. 정부도 온라인 공연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온라인 K팝 공연 제작 지원에 26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물적 기반이 약한 중소기획사의 온라인 공연 제작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은 별개 콘텐츠’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한 가요 관계자는 “콘서트의 핵심은 현장감인데 온라인 공연이 이를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콘서트 현장에서 가수·관객과 호흡하며 느끼는 생동감과 소속감을 온라인 공연에선 경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관람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적인 한계가 온라인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산타뮤직 고기호 이사는 “고화질 영상과 고음질 음향을 모두 갖추려다보면 실시간 송출이 불안정해진다. 안정적인 송출을 고려하다보니 음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콘서트 잔혹사③]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온라인 콘서트 관련 설문조사.
공연의 질은 관객 만족도와 직결된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6~49세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콘서트 대비 온라인 콘서트의 만족도가 어땠는지’를 설문한 결과, ‘매우 만족’ 혹은 ‘대체로 만족’이라고 응답한 인원은 전체의 25.4%에 그쳤다. 온라인 콘서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했다고 답한 사람은 무료 공연의 경우 13.4%였고, 유료 공연은 50.4%로 나타났다. 공연 시청을 중단한 이유로는 ‘집중해서 보기 힘들어서’ ‘보고 싶은 가수의 공연이 끝나서’ 등이 꼽혔다.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도 흥이 오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고 이사는 “가수들도 관객을 보고 함성을 들으면서 힘을 얻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관객이 없는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만큼 열기가 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 또한 꾸준히 거론되는 한계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티켓 매출의 40~50%가 각종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여기에 음향·조명 등 제작비용과 저작권료 등 기타 비용을 제외하면 가수와 기획사에게 남는 몫은 티켓 매출의 10%가량이다. 대규모 해외 팬덤을 거느린 일부 아이돌 가수를 제외하면, 온라인 공연으로 돈을 버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온라인 페스티벌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를 기획한 밴드 해리빅버튼 멤버 이성수는 “온라인 공연엔 오프라인 공연과는 다른 리소스(자원)가 필요하다”며 “더 나은 영상, 더 나은 음향을 담보하려면 제작비용이 끝없이 상승한다. 독립 레이블은 온라인 콘서트로 인한 적자를 견디지 못해 폐업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온라인 공연이 가수와 관객의 목마름을 해소해줄 순 있겠으나, 오프라인 콘서트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비용 문제를 떠나, 오프라인 공연의 매력은 가수와 관객이 하나가 돼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에 있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술탄오브더디스코 유튜브 캡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제공.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