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기자가 간다] 로봇이 타주는 커피 "신기하고 맛있네"

강남 라운지엑스 까페 가보니
로봇 팔이 원두에 따라 드립방식 달리해
핸드드립 커피와 맛 차이 별로 없어
푸드테크 앞장...무인점포 실험도

기사승인 2021-04-02 05: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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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기자가 간다] 로봇이 타주는 커피
라운지엑스 까페에서 로봇 바리스타가 드립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세 가지 원두에 맞는 최적의 드립 알고리즘을 직접 만들었어요. 원두에 따라 세 가지 방식으로 드립 방식을 달리하죠."

강남 n타워 지하2층, 바리스타 로봇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마셔보기 위해 까페 '라운지X(엑스)'를 찾았다. 화이트톤의 깔끔한 느낌과 거대한 대형 스크린월, 직원2명이 일하고 있는 이 까페는 첫눈에 보기에는 여느 까페와 다르지 않다. 다만 직원들이 서 있는 까페 바 한쪽에 둥그런 쇠 원통을 서너 번 꺾은 듯한 외양의 실버 색상 로봇 팔이 설치돼 있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바리스(Baris)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를 떠오르게 하는 이름이다. 바리스는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준다. 그동안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려면 사람이 직접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내려줘야 했다. 그러나 이 바리스를 통하면 더욱 편리하게, 균질한 맛을 맛볼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이 로봇의 시연을 살펴봤다. 여과지가 씌워진 컵을 지정된 자리에 놓으면 팔 모양의 로봇이 저절로 움직이며 커피 원두가 담긴 통을 선택해 컵에 털어 넣는다. 그리고는 커피가루가 평평해지도록 컵을 천천히 두세 번 좌우로 흔들어준다. 

로봇은 이어 주전자 손잡이를 들어 원두에 맞는 드립 방식대로 천천히 돌려가며 물을 부었다. 한번 물을 지정된 방식으로 붓고 난 후 뜸을 들이듯 기다리다가 다시 한 번 물을 붓는 등 신중한 동작을 반복했다. 주전자에 남은 남은 물은 알아서 따라 버렸다. 이 같은 동작은 3분여 간 이어진다. 로봇이 내놓은 커피는 얼음을 넣어 손님에게 제공된다. 로봇은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로봇 바리스가 내린 커피를 직접 마셔봤다. 핸드드립 커피에 특화된 '보헤미안커피'나 '전광수커피' 등지에서 먹어 본 커피의 은은한 향과 맛이 느껴졌다. 전문가가 해 준 핸드드립 커피와 구별이 크게 된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지켜보지 않았다면 로봇이 타준 커피와 사람이 타준 커피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4차 산업혁명 기자가 간다] 로봇이 타주는 커피
라운지엑스 까페에서 로봇 바리스타가 내놓은 드립커피. 원두에 따라 색상이 다르다. /사진=박태현 기자 


이날 기자와 동행을 함께한 이상협 라운지랩 브랜드 담당 매니저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사람이 하기 번거로운 일을 균질한 서비스로 제공해준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라운지엑스 1호점인 대전 소재동점이나 제주 애월점, 그리고 이곳 강남점에서의 로봇 드립커피 맛이 같다"며 "사람이 하면 조금씩 변화가 있지만, 로봇이 함으로써 항상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라운지엑스의 로봇 드립 커피는 3가지로 나뉜다. 과테말라 안타구아와 콜롬비아 피탈리토, 인도네시아 만델링 원두는 천천히 하나의 원을 그리는 '클래식 드리핑'을 선보인다. 산미가 있는 에티오피아 워카 내추럴 G1 원두는 나선형으로 드립포트를 움직여 물줄기를 굵게 해 다층적인 맛을 내는 '스파이럴 푸어 오버'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파나마 레리다 게이샤 원두는 꽃을 그리듯 작은 원을 여러 개 이어 그리는 '플라워 드로잉'이다. 실제로 지켜본 바로는 만드는 방식 자체는 플라워 드로잉이 가장 인상깊었다. 

이 매니저는 "클래식 드리핑을 쓴 올데이 드립 가격이 가장 보편적(5000원)이어서 가장 잘 나가지만, 가격이 비싼 파나마 게이샤 원두(9000원)도 잘 나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책정한 가격은 원두의 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기자가 간다] 로봇이 타주는 커피
라운지엑스 까페에서 로봇 바리스타의 커피. 원두에 따라 드립 방식이 다르다. /사진=박태현 기자 


라운지엑스 로봇은 유니버설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3개사에서 구매한다. 로봇 한 개당 가격은 3000만원~4000만원 수준이다. 이 로봇에 커피 맛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라운지랩이 직접 코딩한다. 로봇이 인터넷선으로 연결된 클라우드에서 해당 알고리즘을 그때마다 내려받아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 매니저는 "로봇 가격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라며 "지금은 로봇 까페가 흔치 않지만, 앞으로의 미래에는 많아질 거라고 보고 선제적 투자에 나섰다"고 말했다. 

라운지엑스 까페를 운영하는 라운지랩을 창업한 황성재 대표는 푸드테크 분야의 선두주자다. 카이스트에서 문화기술대학원 박사를 받고 F&B(식음료)와 테크기술을 접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 라운지랩에 로보틱스를 담당하는 직원은 네 명이다.

이와 함께 라운지랩은 까페라는 정체성에 맞게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커피 맛을 담당하는 바리스타도 있다. 라운지랩 창립 초기부터 함께한 김동진 라운지엑스 총괄 로스터는 커피 원두에 맞는 드립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원두를 구입하고 직원을 고용하는 등의 일은 기존 까페와도 유사하다. 

현재 라운지랩은 가장 최근에 오픈한 두산 사옥을 포함해 7곳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내 라운지엑스에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주는 로봇도 곧 상용화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로봇 바리스타를 신기해하면서 커피를 먹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점을 고려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택했다고 이 매니저가 귀띔했다. 

또 라운지랩이 마포점에 시범 운영하고 있는 '무인상회'는 미리 결제수단을 등록해 두면 냉장고의 물건을 꺼내가는 즉시 결제가 가능한 무인점포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앞으로도 라운지엑스 리테일 매장에 최첨단 기술을 다양하게 접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기자가 간다] 로봇이 타주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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