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엑시트’ 대한전선 매각…사모펀드·은행·호반그룹 모두 웃다 

기사승인 2021-04-02 0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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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엑시트’ 대한전선 매각…사모펀드·은행·호반그룹 모두 웃다 
대한전선은 지난 2018 4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리는 송·배전 및 에너지 산업 전시회 'IEEE(전기전자기술자협회) 파워 & 에너지협회(PES) T&D 2018'에 참가해 전략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코스피 상장사 대한전선이 매각을 확정지으면서 투자자(사모펀드), 채권단 겸 전환출자자 금융사, 인수자의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였던 IMM PE(프라이빗 에쿼티)는 최근 호반그룹과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엑시트(매각 후 차익)에 성공했다. 이는 나머지 주주인 채권단(하나·우리·농협·국민은행 등)도 재무구조가 튼실한 호반그룹이 인수하면서 성공적인 리스크 관리를 이뤘다는 평가다. 다만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매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인수자인 호반그룹은 대한전선을 매입하면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이 호반그룹으로부터 매각된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성공한 엑시트로 평가하고 있다. 한때 매각 인수자 선정에 난항을 겪었으나 재무구조가 안정화되고, 사업 성과가 되살아나면서 매각에 성공했다.  국내 토종 사모펀드 IMM PE(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달 29일 대한전선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호반그룹과 체결했다. 거래 대상 주식은 IMM PE가 SPC(특수목적법인) 니케를 통해 보유한 지분(40%)로 총 매매대금은 2520억원에 달한다.

주당 매각액은 735원으로 대한전선 주가(1145원) 대비 약 35%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받았지만 수년간 5번의 장외매도를 통한 매각차익을 거뒀다.

IMM PE는 지난 2015년 9월 대한전선의 보통주 유상증자 방식 인수 거래에 3000억원을 투자해 약 70.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의 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총 5차례 부분 매각을 통해 총 30.1% 지분을 시장에 매각했하면서 총 2700억원을 회수했다. IMM PE 관계자는 “인수 이래 수차례 부분 매각을 하면서 약 2.2배에 달하는 원금 대비 수익률(MOIC)을 거뒀고, 내부수익률(IRR)은 2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IMM PE는 대한전선을 인수하면서 비핵심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했다. 지난해 기준 대한전선의 순차입금 비율은 108.6%로 4년 전(2016년 말, 144.8%) 대비 크게 감소했다. 순차입금이란 총차입금(이자발생 부채)과 현금유동성(현금과 예금)을 뺀 것으로, 순차입금 비율이 낮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이어 대한전선의 주력 사업인 초고압/고압 사업을 강화해 해외시장 수주에 성공해 실적을 개선시켰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영업이익 566억원, 순이익 27억원을 내면서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흑자를 냈다. 

IMM PE는 매각 대상자를 호반그룹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우수한 재무역량 ▲신사업 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IMM PE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국내 건설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라며 “호반그룹의 충분한 재무적 역량은 향후 대한전선이 고성장 산업인 HVDC 및 해저케이블 등의 신사업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인수자인 호반그룹도 이번 M&A(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게 됐다. 이미 호반그룹은 지난 2014년 8월 채권단이 대한전선 매각작업을 추진하던 당시 인수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호반그룹은 호반건설을 비롯해 호반산업, 호반베르디움 등 여러 계열사를 둔 기업이지만 국내에 국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한전선 인수로 해외 사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사업 구상이 가능하게 됐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대한전선을 인수하면서 토목 엔지니어링 분야의 시너지와 해외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사업 다각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대한전선의 채권단이었던 주요 시중은행도 이번 M&A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 됐다. 대한전선의 주요 채권금융기관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한국산업은행, 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이다. 이밖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SC은행, 광주은행도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한때 채권단에게 ‘아픈 손가락’과 같은 기업이었다. 대한전선은 부실로 인한 회계기준 위반으로 인해 2014년 말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될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 결국 주요 채권단은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의 상당부분을 IMM PE에 매각했다. 

현재 주요 채권단은 장단기 차입금을 대출해줬고, 올해 12월 말 대한전선이 채권단에 상환해야 말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4672억8600만원에 달한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재무구조가 우수한 호반그룹으로 매각된 것에 대해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평가다.  인수자인 호반그룹의 계열사 호반산업의 경우 부채비율(2019년 말 기준) 111%에 불과하고, 현금성자산은 3087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 처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주요 채권단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3.60%)한 하나은행 관계자는 “모든 내용들이 주주 협의를 통해서 결의가 이뤄져야만 결정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타 은행들의 입장도 함께 합의돼야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태크얼롱을 통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성사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크얼롱(공동매도참여권)이란 1대주주가 보유지분을 매각할 때 나머지 2, 3대 주주가 그것이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하면 1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에 매도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태크얼롱 행사여부를 앞으로 2-3주내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기에 만약 행사하면 호반그룹이 매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주가가 인수가격(주당가격) 대비 높기에 시장에서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