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그곳] '할매니얼 감성'에 저격당한 2030

기사승인 2021-04-05 0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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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그곳] '할매니얼 감성'에 저격당한 2030
지난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카페 '커피한약방'을 방문한 사람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쿠키뉴스] 박태현, 이승주 기자 = 최근 20~30대에 새로운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 ‘#할미룩’, ‘#할미’, ‘#할매입맛’ 등 어르신 감성이 담긴 음식과 패션을 뜻하는 신조어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온다.



[돌고 도는 그곳] '할매니얼 감성'에 저격당한 2030
서울 을지로 양과자점 '혜민당'에 방문한 직장인 박성현 씨가 동료들과 무스 오미자와 설밤 등 전통 식재료로 만든 디저트를 맛보고 있다. 

특히, 간식거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할매’(할머니의 방언) 취향이 두드러진다. 어르신들이 좋아할 법한 음식 재료로 만든 오미자 케이크, 흑임자 라떼, 초콜릿 양갱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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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양갱 전문 카페 '적당'을 방문한 대학생 김진형 씨가 친구와 함께 초콜릿 양갱을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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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의 종류는 총 9가지로 밤양갱부터 녹차·밀크티·헤이즐넛·초콜릿·오렌지·라즈베리·파스타치오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한 양갱 전문 카페는 평일에도 손님들로 붐빈다. 대표 메뉴는 양갱이지만 주로 20~30대 손님들이 찾는다. 초콜릿과 헤이즐넛, 라즈베리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양갱은 맛은 물론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대학생 김진형 씨는 “평소에 양갱을 즐겨 먹지 않았지만, 익숙한 재료를 조합하니 초콜릿보단 덜 자극적이면서 입맛에 딱 맞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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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자점 '혜민당'을 찾은 학생들이 옛민당'을 찾은 학생들이 옛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골목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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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약방과 혜민당을 운영하는 강윤석 대표는 “처음에는 옛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따스함을 느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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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이 양과자점 '혜민당'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을지로 뒷골목에는 옛 감성이 느껴지는 양과자점이 있다. 수동 로스팅 기계(통돌이)로 내리는 필터 커피와 오미자, 무화과 등 전통 음식 재료를 활용한 디저트가 이곳의 대표적인 메뉴다. 내부에는 오래된 자개장으로 만든 진열대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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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동묘시장 빈티지 옷가게 '808빈티지'를 찾은 대학생 이재훈 씨가 구제 의류를 입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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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시장 골목에서 여학생들이 꽃무늬 자수가 새겨진 카디건이나 스웨터를 몸에 대보고 있다. 

패션에서 할매니얼 감성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입을 법한 꽃무늬 자수가 새겨진 카디건이나 펑퍼짐한 치마 등을 찾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동묘시장 한 빈티지 의류 가게는 옷을 고르는 학생들로 붐볐다. ‘할미룩’을 즐겨 입는다는 대학생 이재훈 씨는 “평소 포근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옷을 좋아한다. 옛날 옷들이 입었을 때 활동하기 편하면서 체형 보완도 돼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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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혜민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 신선한 트렌드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친 젊은이들이 옛 감성을 통해 마음에 위안을 받는 측면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음식과 패션 이외에도 할매니얼 감성은 다방면으로 퍼졌다. 카세트 플레이어나 필름카메라 등 전자기기부터 트로트 장르 음악, 전통매듭으로 제작한 액세서리 등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pt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