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금융사 신남방정책...KB·기업은행 ‘이중고’

기사승인 2021-04-08 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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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금융사 신남방정책...KB·기업은행 ‘이중고’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 사옥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국내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사업 강화와 저마진 비이자 수익 강화를 위해 동남아 금융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은 경제 규모가 크고 성장 기대감이 높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미 진출했고, 최근에는 미얀마 등도 지점을 개설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사업이 항상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동남아 경제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성과는 뚜렷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얀마의 경우 군부 쿠데타라는 악재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기업·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5대 은행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지분 출자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동남아 진출은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금융지주 회장들의 신년사에서도  글로벌 사업과 디지털 전환을 올해 사업 기조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도 국내 은행의 동남아 진출에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한·아세안 정상회의 및 동남아 3국 순방을 계기로 국내 금융사의 아세안 국가 진출이 보다 수월해졌다.

다만 동남아 진출과 관련해 성과는 아직 은행별로 성과가 엇갈린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현지 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300억1900만원, 475억46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일부 은행은 실적 부진과 소송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은 지난해 394억3000만원의 순손실로 전년(182억100만원) 대비 적자 폭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자회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해외 M&A(인수합병) 성과물이지만 실적 개선 과제가 남아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중형은행인 부코핀은행에 대해 2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67%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의 자회사로 분류된다. 지난해 부코핀은행은 순손실은 434억200만원에 달한다. 
 
소송도 골칫거리다. 올해 1월 말 원고인 부코핀은행 2대주주(보소와그룹)가 KB국민은행의 부코핀 은행 경영권 인수가 인도네시아 현지 법령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 및 국민은행을 공동피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청구금액은 우리 돈 약 1조6296억원으로,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의 5.35%(30조408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 초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이 공식적으로 개점한 미얀마 현지법인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공식 설립했다. IBK기업은행 미얀마 법인은 윤종원 은행장의 취임 후 첫 해외진출 성과로 불리었고, KB국민은행은 미얀마 법인을 통해 주택금융 전문은행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얀마에서 군부세력의 쿠데타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군부세력의 쿠데타는 단순한 정치적 혼란 외에도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빗장 푸는 미얀마, 투자 기회의 허와 실’에서는 “(미얀마 투자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신뢰의 문제”라며 “아직도 군부의 장악력이 강한 민간정부에서 경제개혁을 시작했지만 지속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현재 미국정부는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착수했고, EU(유럽연합)도 미얀마 군부와 관련된 기업을 겨냥해 추가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재 미얀마 내 국내 현지법인은 추이를 살피고 있다. 특히 최근 신한은행 미얀마 현지 직원의 총격 사망으로 인해 영업활동은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신한은행 현지 직원의 총격 사망으로 우리 현지 법인 직원도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라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면서 BCP(지속업무계획) 업무운영 계획을 따라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타행과 비교해 우리는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부담은 적다”고 말하면서도 “현지법인 직원의 안전과 신변보호를 위해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