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십니까] “7m 크레인에 매달려 집단폭행 당했다” 여성 노동자 청원

최은희 / 기사승인 : 2021-04-08 17: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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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북 전주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여성 노동자 A씨가 타 노조 조합원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 캡처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아이들 앞에 피해자가 아닌 당당한 엄마로 설 수 있도록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 해주세요”

공사현장 타워크레인 위에서 집단폭행을 당한 여성 노동자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8일 오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저는 아파트 공사현장의 여성 근로자입니다”라는 청원에 5만6000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40대 여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근로계약에 따라 출근하던 도중 다수의 남성 노동자에게 물리적 폭행, 성추행, 욕설 등을 당했다”며 “정신적인 공황상태와 불안장애로 인해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원에 따르면 그는 약 7m 높이의 타워크레인 난간에 매달린 상태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습니다.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출동한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시간가량이 지나서야 상황은 종료됐습니다. 

청원인은 “폭력을 가한 남성 노동자들과 멀뚱히 지켜만 보고 있던 경찰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청원인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조합원 A씨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29일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의 한 공동주택 신축공사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관련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노동자 수 명이 타워크레인에 오르는 A씨를 발로 압박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영상 속에는 A씨를 향한 각종 욕설과 조롱이 난무했습니다. A씨의 “살려달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A씨에게 폭행을 가한 남성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민주노총) 및 전국 연합노동조합연맹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연합노련) 소속이었습니다. 노조 간의 이권 다툼이 원인이었습니다. 시공사는 보통 노조와 고용 계약을 맺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계약된 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들만 일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시공사와 계약을 한 건 우리다”라며 “시공사 측도 ‘민주노총에서 맡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폭행 사실에 관해서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폭행 사실이 없었다고 들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8일 오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저는 아파트 공사현장의 여성 근로자입니다”라는 청원에 5만6000여 명이 동의했다. 국민청원 캡처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습니다. 한국노총 여성위원회는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건설현장에서 양대 노총 또는 한국노총 내부조직 간의 갈등은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육체적·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자행한 조직은 즉각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규탄했습니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도 지난달 말부터 한국노총회관에서 피켓시위를 열며 해당 사건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갈등 저변에는 ‘건설현장 일자리 부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건설업 노동자 상당수는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용직·비정규직입니다. 건설 노동자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노동자 1222명 중 42.8%가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47.1%는 공사 중단 등으로 수입이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감은 한정돼 있습니다. 각 노조는 조합원을 배치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회사가 한쪽 노조 조합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경쟁 노조에서 이의를 제기합니다. 

양대 노총의 물리적 충돌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강원 원주시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골조 공사와 관련한 고용 분배 문제를 놓고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주먹다짐을 했습니다. 지난 1월에도 인천 서구의 한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한국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00여 명이 집회를 진행하던 중 출근하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0여 명과 싸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노조 간 힘겨루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옵니다. A씨처럼 말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유사 사건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hoeun23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