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인간거래 플랫폼 겨냥한 공정위, 실태조사는 SNS마켓만 

플랫폼 조사 없고 SNS마켓 조사만 있어
블로그·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스토리 대상
"개인간거래 실태조사 인용...시정 위함"

기사승인 2021-05-04 05:30:02
- + 인쇄
[단독] 개인간거래 플랫폼 겨냥한 공정위, 실태조사는 SNS마켓만 
공정거래위원회.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규제를 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안이 플랫폼이 아닌 SNS마켓에 대한 조사만을 기반으로 해 실태조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달 내놓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에서 개인간 전자상거래에 대한 소비자 권익 확대를 모색하며 C2C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겨냥했다. 

공정위는 "C2C거래에서 연락두절, 환불거부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가 분쟁 발생 시 신원정보를 확인·제공하고, 결제대금예치제도 활용을 권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근거로 '여성소비자저널의 개인간거래 소비자 실태조사 모니터링 결과'를 제시했다. 지난 2018년 9월과 11월에 걸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품구입 시 결제수단은 계좌이체 53.5%, 대면 현금결제 27.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예방 방안으로 관련 법적용 확대(32%), 안전결제 필수화 등 결제시스템 개선(26.2%)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쿠키뉴스가 입수한 여성소비자저널 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공정위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 상 플랫폼 규제 강화의 근거가 부족하다. 

쿠키뉴스 확인 결과 해당 실태조사는 실제 규제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개인간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한 개인간 거래를 경험한 소비자에 대한 설문조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해당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태조사에서는 개별적으로 개설된 SNS마켓과 이 SNS마켓을 개설할 수 있는 네이버 블로그와 밴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에 대한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여성소비자저널 9.10월호에 따르면 조사대상은 8월 1일부터 17일까지 SNS나 온라인 개인블로그 등을 통해 개인간 거래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중 개인 블로그나 SNS를 이용한 개인간거래 방식으로 피해를 경험한 품목은 디지털 가전 및 휴대폰(42.8%), 의류(41.2%), 신발 및 가방류(37.2%), 가구 및 생활용품(27.1%), 상품권(25%) 순이었다. 

9.10호의 결론을 살펴보면 조사대상인 SNS마켓에 대한 제언이 나왔다. 여성소비자저널은 "SNS 및 개인간거래의 특성은 판매자 정보가 불분명하고 일회성 물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라며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판매자 정보가 제대로 노출돼 있는지, 판매자의 정보와 계좌정보가 일치하는지 등의 여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소비자저널 11.12월호에서는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4개 매체를 대상으로 2018년 11월 12일부터 23일까지 의약품, 화장품류, 식품, 건강식품, 건강기능식품 판매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SNS마켓의 특성상 식품과 화장품류가 주를 이뤘다. 또 판매 방식은 상품게시물 아래에 '비밀 댓글'을 쓰거나 판매자 계정으로 '비공개 메시지'를 보내 가격문의와 구매결정을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는 주로 1대1 채팅을 통해 이뤄지는 개인간거래 플랫폼에서의 거래와는 차이가 있다. 

이 호의 결론에서도 "문제가 되는 판매자에 대해서는 블로그나 밴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의 운영 중개업체에 대해 관리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이 제시돼 있다. 

이처럼 SNS마켓에 대한 실태조사를 개인간거래 플랫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플랫폼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통해 규제가 합당한지를 살피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부실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설명자료에서도 공정화법 근거로 제시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실태조사에서 실질적 규제 대상인 네이버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인간거래의 플랫폼 실태는 아직 거래 수가 적고, 그동안 공정위 소관이 아니어서 집계가 되어 있지 않지만 SNS마켓도 개인간 거래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이 나타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전자상거래법은 사업자와 소비자간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열악한 지위에 있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령"이라며 "(개인간 거래 규제는) 개인간 거래도 증가하고 있고,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들이 나타나고 있어 최소한의 신원정보 확인이나 정보 활용 권고를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NS 등 정보교환매개 플랫폼에 대해서는 2016년 포털 카페와 블로그 등에 대해 거래 시 안전장치 마련 등의 의무를 부과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ku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