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유산율…“‘산모’ 탓 돌려선 안 돼”

절반 이상이 '염색체 이상' 원인, 유산 후 관리로 다음 임신 기약해야

기사승인 2021-05-08 05: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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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유산율…“‘산모’ 탓 돌려선 안 돼”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유산은 산모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다. 잘잘못과 연관시켜 죄책감을 갖기 보다는 유산 후 관리를 통해 다음 임신을 기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임신은 임신 전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최근 고위험 임신이 늘면서 건강한 출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출산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 그 책임을 ‘산모’에게 돌리는 경향 때문에 유산 후 관리에 소홀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유산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고 산모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힘든 것은 산모”라며 “죄책감을 갖지 않아야 하고 유산 후 관리에 신경을 써 다음 임신 전 관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유산 80%는 임신 12주 내 발생…원인 절반은 ‘염색체 이상’

유산은 태아가 생존 가능한 시기 이전에 임신이 종결되는 것을 말하며, 크게 자연유산과 인공유산으로 구분된다. 자연유산은 태아, 임신 초기 환경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자연스럽게 태아가 자궁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말하고 인공유산은 임신을 유지할 경우 산모가 위험해질 수 있어 인위적으로 임신을 중단시키는 것을 말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자연유산 비율은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전체 자연유산 발생 건수는 2016년 1만6117건에서 매년 감소해 2020년 1만2327건으로 줄었지만, 출산율 감소, 고령임신 증가 등을 고려해 분만건수에서 자연유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결과 같은 기간 3.84%에서 4.32%로 늘었다. 조 교수는 “숫자로만 보면 유산율이 줄었지만 분모가 없기 때문에 인구동향을 고려해야 한다. 출산율 자체는 줄었고 40대 임신 건수가 늘었다. 산모 나이가 많을수록 유산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유산의 80% 이상은 임신 12주 이내에 발생한다. 이 시기에는 염색체 이상이 원인인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이는 태아 자체의 문제로 인한 유산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산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정’ 취해도 유산 불가피, 자책 말아야 

유산은 상황에 따라 절박유산, 불가피유산, 불완전유산, 완전유산, 계류유산 등으로 구분된다.  

흔히 ‘유산기’가 있다고 할 때를 말하는 절박유산은 임신 20주 이전에 자궁경부가 닫혀 있는 상태에서 질 분비물 또는 출혈이 동반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약 20~25%의 임신부에서 임신 20주 이전에 출혈을 경험하며, 이 중 약 절반 이상은 자연유산으로 진행된다. 출혈과 함께 하복통이 발생할 경우 유산될 위험이 증가한다. 

조 교수는 “확인된 임신의 15~20%이상에서 자연유산 위험이 증가하고 이후 조산, 저체중아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다만, 출혈의 원인이 유산기 때문인 것인지, 성교 후 출혈인 것인지, 용종 등 다른 원인 때문인 것인지 감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절박유산시 안정을 취하는 것이 경과를 변화시키진 못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게스테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때 자궁이 열리기 시작하면 유산이 불가피하다. 이 시기를 ‘불가피유산’이라고 하는데, 산모가 유산 위험을 낮추기 위해 활동량을 크게 줄이더라도 유산을 피하긴 어렵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질경 검사에서 액체가 차오르는 경우를 불가피 유산으로 정의한다. 자궁경부가 개대된 상태에서 태막이 파열된 경우 유산은 거의 불가피하다”면서 “스스로 유산되는 경우가 많고, 유산되지 않는다고 해도 감염 등 다양한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기에 산모에게 절대안정을 취하도록 하는 것은 유산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산모들이 ‘자신이 무리해서’, ‘움직여서’, ‘일을 해서’라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 움직였다고 해서 유산될 게 안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선 상황이 지나면 임신 산물이 완전히 배출됐는지에 따라 완전유산과 불완전유산으로 나뉜다. 완전유산은 태반이 완전히 떨어지고 임신 산물이 함께 배출된 경우를 말한다. 초음파에서는 얇은 내막과 애기주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만약 자궁 내에 태와, 태반이 일부 남아있으면 ‘불완전유산’ 상태다. 이 경우 자궁경부 내구가 열린 채로 남아 있거나 개대된 자궁경부를 통해 출혈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소파술, 약물요법 등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해진다.  

계류유산은 자궁경부가 닫혀있는 상태로 수일에서 수 주 동안 사망한 임신산물이 자궁 내에 남아 있는 경우를 말한다. 조 교수는 “계류유산인 경우 약 3주가 지나더라도 증상이 없기 때문에 유산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매일 초음파로 확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나 복통이 발생하거나 내원해 검진을 받았을 때, 혹은 유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류유산이더라도 완전유산이 진행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일부가 자궁에 남아 있으면 유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해 산모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이를 패혈성 유산이라고 하는데, 심각한 과다출혈, 패혈성 쇼크, 급성신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물, 소파술 등으로 인한 합병증이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주수, 의료진의 술기 등과 관련이 있다. 10~11주 이내에는 약물로 인공유산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소파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이때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의료진이 시술을 잘못하면 자궁천공, 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임신 전 관리’로 이어지는 ‘유산 후 관리’, 가족지지 중요    

유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지만 유산 후 관리, 산전관리 등으로 다음 임신 시 유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조 교수는 “염색체 이상인 경우에는 본인이 노력한다고 해도 유산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본인과 배우자가 고령이면 염색체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도 “2~3번 연속 유산을 한 경우인 ‘습관성 유산’ 때에는 약물요법 등으로 막을 수 있다. 혈액응고장애 등 습관성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있기 때문에 검사를 통해 치료 가능한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임신 초기 출혈이나 복통이 발생하면 지나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그는 “유산은 산모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다. 그것이 산모의 잘잘못과 관련됐다고 연관시켜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산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화학적 유산을 경험한다. 초음파상으로 아기집이 보이기 전에 사라지는 경우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기를 거치고 건강하게 임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산 후 관리를 통해 다음 임신을 기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임신은 임신 전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유산도 몸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돌아보고 비만이나 음주, 흡연, 감염 등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들을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이때 가족들의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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