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끝 청년세대...희망 주는 ‘금융’ 필요해 [남은 1년, 文에 바란다⑦]

MZ세대, ‘뉴 노멀’ 시대 속 표류…희망은 ‘위험자산’
장기적인 관점의 ‘금융교육’ 필요…“안전한 자산관리 습관 형성해야”

기사승인 2021-05-17 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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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 청년세대...희망 주는 ‘금융’ 필요해 [남은 1년, 文에 바란다⑦]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코인(가상화폐) 투자를 왜 하냐고요?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죠. 지난 2017년 코인 광풍을 놓쳤는데, 이번마저도 놓치면 정말 돈을 불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26세 김모씨)

“중기청 전세대출을 받으려고 열흘이 넘는 연차를 써가면서 전세방을 구했습니다. 은행에서 허가만 해주면 이사가 가능한데, 마지막에 승인 거절을 하더라구요. 신용등급이 낮아서 전세자금대출도 안나오고…지금은 월세방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습니다”(31세 손모씨)

현재 2030세대(MZ세대)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금융전문가들은 ‘희망’이 절실하게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디지털·AI(인공지능) 등 각종 첨단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지만 청년세대들의 취업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기성세대들이 걸어왔던 ‘월급 모아 대출 끼고 내집 마련’이란 ‘노멀 패스(Normal Path)’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끊겨버린지 오래이며, 새로운 기준인 ‘뉴 노멀(New Normal)’ 시대 속 청년들은 갈길을 잃고 가상화폐·주식 등 단기 투자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절벽 끝 청년세대...희망 주는 ‘금융’ 필요해 [남은 1년, 文에 바란다⑦]
사진=픽사베이

부동산·주식·가상화폐 열풍…가난한 청년들은 절박하다

지금의 2030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하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물론 70~80년대 고도성장기 시절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가정을 꾸리고, 내집을 갖는 ‘평범한 꿈’을 갖지 못해 가난한 것이다.

현재 MZ세대들의 각종 지표는 최악을 달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전년동기 대비 1%p 증가한 10%에 그쳤지만,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은  25.4%로 약 2.5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취업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내집마련’의 길은 멀기만 하다. 문 정부 취임 이후 전국 부동산 평균 가격은 4년 사이 34.95% 뛰었으며, 서울의 경우 83.0% 증가했다. 반면 청년들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줄어 4.3% 감소했다.

정운영 금융과행복과네트워크 의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안정적인 기반이 없던 청년세대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며 “지금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생존을 위해 가상화폐나 주식 등 모든 자본을 쏟아서라도 자산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의장은 MZ세대들에게 물고기를 살 돈을 지원하는 대신, 낚시대를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년세대들의 주거문제도 심각한 만큼 생존을 위한 전월세자금대출 등의 복지시스템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계발을 위한 학자금이나 취업준비자금 등은 대학생 이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청년들이 목표들을 이룰 수 있도록 민간·공공 금융사들이 나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금융거래 이력이 짧아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 상에서는 맞춤형 자금 지원이 쉽지 않은 만큼 청년세대들의 금융현황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먼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절벽 끝 청년세대...희망 주는 ‘금융’ 필요해 [남은 1년, 文에 바란다⑦]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위험자산·불법사금융 무방비 ‘노출’…“장기적인 금융교육 필요해”

MZ세대들은 절박하다. 평생 월급쟁이로 산다고 하더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하다. 그렇다 보니 투자 유형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혹은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행태)의 형태를 띄면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MZ세대들은 너나할 것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지난해 주식보유금 증가율은 각각 121%, 92%로 폭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300만명 중 53.5%인 160만명은 30대 이하로 집계됐다. 이들의 투자는 주식을 넘어 가상화폐라는 위험자산까지 뻗어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새롭게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 10명 중 6명은 20·30세대로 나타났다. 

이처럼 자신의 여유자금마저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MZ세대들은 ‘불법사금융’이라는 그림자에 노출됐다. 금융거래 이력이 적은 20대 청년들은 대출받기 쉽지 않고 생활고에 시달려 절박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대부업체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심사를 강화하다 보니 자금난에 빠진 청년들은 불법사금융 시장에 흘러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올해 서민금융연구원의 대부업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대출 거절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20대가 지난해 50.4%로 전년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대출을 거절당한 20대의 8.8%는 자금을 조달하는 경로로 ‘불법사금융’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MZ세대들의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다 보니 미래 노후가 불안한 청년들은 단기·투기성 투자를 통해 빠른 성과를 얻고 싶어한다”며 “특히 청년들의 부족한 금융지식이 불법사금융까지 끌어쓰는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단기적인 청년지원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들이 안정적인 자산형성을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기본적인 금융교육을 시작으로 자산관리 방안등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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