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해명에도 커지는 ‘음모론‘…“친구 보호하자” 움직임도

기사승인 2021-05-18 11: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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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해명에도 커지는 ‘음모론‘…“친구 보호하자” 움직임도
18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고 손정민 씨의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한강에서 실종된 후 시신으로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 사건 관련 ‘음모론’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믿지 않는 모습이다.   

18일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의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에는 댓글이 9999개 넘게 달렸다. “아버님 힘내세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도합니다” 등 아들을 잃은 손현씨를 위로하는 내용이다.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를 범인으로 단정 짓는 댓글도 다수다. “빨리 자수해라” “A씨 가족도 공범이다” “경찰은 빨리 A씨를 구속수사 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인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있다. 손씨 실종 당일, 한강 인근 CCTV에 포착된 달리기를 하는 3명이 A씨의 공범이라는 주장과 A씨의 휴대폰이 빨간색이라는 내용 등이다. 앞서 경찰은 수사를 통해 달리기하던 3명은 사건과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다. A씨의 휴대폰도 빨간색이 아닌 회색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해명에도 여전히 잘못된 내용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블로그뿐만 아니라 기사, 유튜브 등에도 음모론 댓글이 달린다. 18일 서울 한강공원에서 만취 상태로 물에 빠진 20대 남성을 경찰이 구조했다는 기사에는 “연출이 의심된다” “만취 상태에서 강으로 토하러 간다니 주작이다” “언론이 A씨를 덮어주려고 쇼한다” 등의 비난 댓글이 게재됐다. 손씨 사건을 실족사로 몰아가려 한다는 주장이다. 

경찰 해명에도 커지는 ‘음모론‘…“친구 보호하자” 움직임도
1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한 음모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에는 ‘친구A 보호모임’이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 개설됐다. 해당 채팅방에는 “누구에게나 가해질 수 있는 무근거 무논리 궁예질을 반대한다”는 공지가 띄워졌다. 궁예질은 드라마 태조왕건 캐릭터 궁예에서 유래한 말이다. 특별한 근거 없이 상대방을 단정 지을 때 쓰는 인터넷 용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타진요’를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타진요는 네이버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약칭이다. 이들은 가수 타블로가 미국의 명문대학인 스탠포드를 나왔다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타블로가 스탠포드 출신임을 증명했음에도 이를 믿지 않았다. 무차별적 비난을 가했다. 타블로의 가족에게도 악플과 협박이 이어졌다. 결국 타진요 주요 멤버 9명에게는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친구인 A씨와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후 실종됐다. 손씨는 같은 달 30일 실종 현장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손씨의 사망 원인을 익사로 추정했다. 머리 부위에서 발견된 2개의 상처도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봤다. 사망 추정 시간은 음주 2~3시간 후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지난 17일 “도 넘는 억측을 삼가 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정병원 변호사는 “부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수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님으로 밝혀질 경우, A씨와 A씨의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